[eBook] HOW TO READ 라캉 How To Read 시리즈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정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캉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네 욕망이 정말로 네 욕망이냐고.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의 기능적인 육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기 위해 세계와 내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기 전부터 훈육되어진다. 그 후에도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체험하고 제약받으며 독립할 수 있을 때가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 끊임없이 세뇌받는다. 문화와 습관 그리고 성별에 따라 자리매김되어지는 이 ‘위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인간의 자유로움은 그것을 거부하면서 내적 갈등이 시작된다.

우리의 가장 쉬운 예는 ‘김치’가 아닐까. 어린 아이가 김치를 과연 좋아할까. 짜고, 맵고, 때로는 비린내도 난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그 이상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달래고 어르고 협박도 하며 한국인이라면 김치를 먹어야한다는 사실을 주입한다. 지금의 내가 거의 모든 식사에 김치가 빠지면 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심지어는 보기에도 ‘저 것은 내 입맛이 아닐 것이다’라는 것을 직감하여 먹지 않아도 식탁에 올려놓는 것은 과연 나의 욕망인가.

라캉은 프로이트가 발견하였으나 프로이트 자신도 지나쳤던 것에 대해 끄집어내고 집요하게 물음을 던지고 다른 철학자의 이론을 다른 각도에서 자신의 이론 발전에 차용한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체계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 개념과 통찰이 그의 저작 내에 흩어져있다. 라캉의 이론은 딱딱하게 세워진 비석이라기보다는 물과 같아 담기는 그릇에 따라 여러 형태로 달라져 다양한 부분에 적용이 가능하다. 이 책만 하더라도 입문서라고는 하지만 슬라예보 지젝이라는 철학자가 쓴 라캉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고, 지젝도 라캉의 이론을 자신의 이론에 접목하여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기술하는 부분이 많다. 지젝은 라캉의 이론을 개인의 정신분석을 뛰어넘어 사회적 정신분석에도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은 것은 나의 욕망일까. 행위의 시발이 되는 감정의 추동은 하나의 욕망으로만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쓴 라캉에 대한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으며 길을 잃어 이정표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너무 길었던 휴가도 한몫했고, 다시 먹기 시작한 근이완제때문에 머리 근육까지 말랑해지기도 했다. 순수하고 단일한 욕망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결국 라캉의 말로 돌아가야한다. ‘성관계는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6-27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29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