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는 세계를 ‘모나드(monads)‘로 구성된 것으로 본다. 모나드란 외부 환경으로 열린 창문이 없이 각기 자기 폐쇄적인 내적 공간에서 살고 있는 현미경적 실체들이다. 우리는 전 지구적 조화와 유아론이 이상하게 공존하는 최근의 사이버공간 공동체와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 사이의 기이한 유사성을 놓쳐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서, 사이버공간에의 몰입은 직접 외부 현실로 개방된 ‘창문 없이‘ 그 자체로 전체 세계를 반영하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로의 귀속과 조응하지 않는가? 우리가 현실로의 창문이 없는 모나드가 될수록, 즉 혼자 PC 스크린 앞에서 가상적 시뮬라크라만 대면할수록 우리는 전체 지구와 동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세계적 네트워크 속으로 빠져 드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정신분석은 환자로 하여금 정상적인 성적 만족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극복하게 해준다고 기대되어왔다. 만약 당신이 ‘그 짓을 할 수‘ 없다면 분석가를 찾아가 보시오. 그는 당신의 금지를 제거해줄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성행위의 직접적 향락에서부터 직업적인 만족이나 영적인 각성을 통한 향락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퍼부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즐겨라!"라는 명령에 노출되어 있다. 오늘날 향락은 실질적으로는 기괴한 윤리적 의무로 기능하고 있다. 개인들은 불법적인 쾌락에 참여함으로써 도덕적 금기 위반의 죄의식을 느끼는 게 아니라 즐길 수 없다는 데서 죄의식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정신분석은 즐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유일한 담론이다. 즐기는 것을 금지하는 담론이 아니라 즐기라는 압박을 덜어주는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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