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본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삼성 계열사에서 일했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개인 사업을 한다는 정보만 알 때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까.

하지만 그런 사람도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부득이하게 친정이 아니라 시댁을 가야 하는데 고령의 엄마가 평소처럼 공항에 마중 나온 것이 마지막 모습일까봐 마음이 아파 부러 쌀쌀맞게 대하고 뒤돌아서 눈물 짓는 모습,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키우며 마음쓰고 또 마음쓰는 모습 말이다. 특히 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름답고 예쁘게 쓰여져 있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가 흘린 그리고 흘릴 눈물의 양은 바다가 가득 찰 정도라는 것을 말이다. 그 눈물은 단지 지금의 애달픔만이 아니라 언젠가 부모없이 세상에 남겨질 자식에 대한 걱정도 있기에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마음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런 작가에게 편이 되어 가장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다. "괜찮데이"

얼마 전 옆 부서에서 일하던 직원이 그만둔다고 인사를 하러 왔다. 스스로 밝힌 적이 없지만 기능성 자폐 스펙트럼 증상을 보여 늘 마음이 쓰였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도 성심껏 조언을 해주었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사직원을 제출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 때 더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잘가라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직원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괜찮다, 괜찮다'라고 말이다. 어제가 괜찮지 않았고, 오늘도 괜찮지 않아도, 내일이 괜찮지 않을 것 같아도, 언젠가는 괜찮아지는 날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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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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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0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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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0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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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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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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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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