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귀엽고 생각거리가 있는 단어들을 세상이라는 놀이터에서 그러모아 집을 만들고 그 안에서 돋보기나 망원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세상과는 다른 것이 보인다. 연상작용을 통해 하나의 단어에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것은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재미있는 놀이터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다.

하지만 단어 수집가가 되자는 작가의 말은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진다. 커서 공포증이라는 증상이 있듯이 막상 글을 쓰려면 어떤 단어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해진다. 그렇게 깜박이는 커서를 앞에 놓고 결국 아무 글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단어 하나에서 시작해보자. 그 시작이 어디에 가서 닿을지는 몰라도 끝을 갈망하지 말고 계속 써보자.

‘끝!‘이라 쓰면 ‘참 잘했어요’도장을 찍어주는 선생님은 이제 없다. 살아 있는 한 끝은 영원히 유예된다. 끝은 죽은자의 것. 그러니 나는 끝이 아닌 끗의 자리에서, 끗과 함께, 한 끗 차이로도 완전히 뒤집히는 세계의 비밀을 예민하게 목격하는 자로 살아가고 싶다. 여기 이곳, 단어들이 사방에 놓여 있는 나의 작은 놀이터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