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재생산의 분할은 보편적이기는커녕 자본주의와 함께 역사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물론 단번에 쉽게 정착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분할은 자본주의 발전의 각 국면마다 다른 형태를 취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했다. 20세기에는 사회적 재생산의 몇몇 측면들이 공공서비스와 공공재로 바뀌어 탈사유화되면서도 상품화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가 이러한 서비스를 다시금 사유화.상품화하고, 사회적 재생산의 다른 측면들마저 상품화함으로써 이 분할이 다시 변동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자본주의의 현재형은 공적 지원 축소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여성을 대거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에 충원한다. 이로써 이전에 상품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을 분리시켰던 제도적 경계선을 옮기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젠더 질서를 재배열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사회적 재생산을 둘러싼 제 살 깎아먹기로서, 자본이 사회적 재생산을 공짜로 (보충도 하지 않으며) 먹어 치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제3장에 서 보겠지만, 그 결과 축적의 이 핵심 조건이 자본주의 위기의 주된 발화 지점으로 바뀌고 있다. - P42

이 분할 역시 자본주의와 함께 등장했으며, 자본주의 시스템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거듭했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국면은 ‘더 많은 자연‘을 경제 영역의 본이야기에 끌어들이는 새로운 인클로저 물결(예를 들어, 물의 상품화)이 시작되게 만들었다. 동시에 신자유주의는 자연/인간 경계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실제로 새로운 재생산 기술이 등장하고 사이보그의 진화가 계속됐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은 자본이 자연과 ‘화해‘하기는 커녕 자연을 놓고 더욱 집중적으로 제 살 깎아먹는 짓을 벌이도록 만들었다. 마르크스가 기술한 토지 인클로저가 이미 존재하는 자연 현상만을 시장화한 것과 달리, 이 새로운 인클로저는 자연‘내부‘에 깊이 침투해 자연 안의 문법마저 바꿔버렸다. 마지막으로 신지유주의는 환경주의를 시장화했다. 이를테면 탄소 할당 배출권 cartbon permits과 상쇄배출권offset, 그리고 ‘환경 파생상품‘의 활발한 거래가 그 예다. 이로 인해 화석 연료 사용에 의존하는 지속 불가능한 삶의 형태를 바꾸는 데 필요한 대규모 장기 투자는 자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제4장에서 살펴보겠지만, 남아 있는 생태 커먼즈commons에 대한 이러한 공격은 자본 축적의 자연적 조건을 자본주의 위기의 또 다른 핵심 교차점으로 만들고 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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