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다가가지만 그 속내에서 거짓이 드러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시 멀리서 바라보아야할까. 아니면 그 안으로 더 가까이 들어가야할까.

그는 자신의 어색한 걸음걸이도 잊고 그림에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화폭에서 아름다움이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마구 떡칠 된 듯한 물감 반죽을 들여다본 다음물러섰다. 순식간에 모든 아름다움이 화폭에 되살아났다. ‘눈속임이군.‘ 그는 생각했다. 그 그림에 정이 뚝 떨어졌다. 갖가지 인상을 받아들이는 와중에도 분노가 치솟았다. 한갓 속임수를 위해 그토록 많은아름다움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 화가 났다. 그는 그림을 몰랐다. 그가 자라며 본 것은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항상 분명하고 정확한 판화들이었다. 상점의 진열장에 전시된 유화들을 보기도 했지만, 유리때문에 그림을 가까이서 진지하게 살펴볼 수가 없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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