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라는 주제가 수치심과 비웃음, 침묵으로 은폐되어 있으므로 고정 관념에 순응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을 (특히 어린아이를) 죄의식과 무가치함, 혼란 등의 나락에 빠지는 듯한 감정으로 몰아넣는다. 반혁명 시대에 성적 고정 관념에 대한 집착은 (문학과 문학 비평을 포함한) 모든 행위 영역에서 새로운 도덕이 되었다. 선악, 미덕, 동정심, 판단, 비난 등은 자신의 범주에 성적으로 순응하느냐의 문제였다. 어떤 이데올로기도 희생자에 대해 그렇게 잔인하고 총체적이며 논박할 수 없는 통제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출생(이데올로기의 출발점) 때문에 불가피하게 구성원이 된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모든 증거의 무게는 사실상 개인에게로 이동한다. 변경 불가능하게 한쪽 집단으로 태어나는 주체는 매 순간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특성에 복종하여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증명해야만 한다.
이러한 딜레마에 저항하고, 상처를 입고, 낙인찍히고, 치유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탈출구도 없다. 급진적 정신이 되살아나 자유롭게 해줄 때까지 우리는 거대하고 음울한 성적 반동이라는 철책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발적인 대중 운동을 검토해 보면 인간의 이해력이 변화를 향해 성숙해가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미국에서 새로운 여성 운동은 흑인 운동 및 학생 운동과 점차 급진적으로 연대하여 그들과 동등하게 제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진보적 대안과 정치적 억압 사이에 있는 이 순간에, 여성은 국가의 분위기를 의미심장하게 변화시키는 매우 중대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됐던 집단이며, 수적으로나 열정의 측면에서나 오랜 억압의 역사에서나 가장 거대한 혁명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이 사회 혁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이전 역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억압당한 집단들(흑인, 학생, 여성, 빈곤층)의 연대를 통해 사회의 근본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비단 성 혁명의 실현에서뿐만 아니라, (성적이든 아니든) 서열이나 규범적 역할에서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추진력을 모으는 데 특히 적절하다.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인격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인류를 성적 • 사회적 범주와 횡포와 성적 고정 관념에의 순응에서 해방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인종적 신분 계급caste과 경제 계급class을 폐지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제2의 성 혁명 물결은 마침내 인류의 절반을 태곳적부터 계속되어온 예속에서 해방하려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인간애로 훨씬 더 가깝게 갈 수 있도록 인도할 것이다. 심지어 가혹한 현실 정치에서 성의 범주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지금 사는 사막에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낼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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