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회귀는 더 나은 삶, 혹은 사후의 삶이 아니라 현재와 똑같은 삶의 반복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똑같은‘이란 수식어가 설명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삶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개념에서 현세의 삶으로부터 도망치거나 그 밖에서 구원을 찾을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삶의 가장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 우리의 궁극적인 무가치함(우리는 먼지 같은 존재이다)을 들이밀면서 어떤 최종적 위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이 개념은 우리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낙담해 쓰러지게도 한다. 이 아포리즘의 독일어 제목은 문자 그대로 최고의 무게"인데 니체는 이 제목에 따로 괄호를 쳐 설명을 달려고 했다. 영원회귀를 천문학적 측면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삶의 반복이 질적 동일성의 차원이 아니라 수적 차이만을 가져오며 발생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삶을 한 번사는 것과 셀 수 없이 여러 번 사는 것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살게 될 삶이 언제나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 삶과 그것의 조건들로 회귀하며(이 월광도 다시 한 번), 우리를 불꽃과 화염으로 변화시키고, 외부 대상을 흡수해 동화할 과제를 반복해 안게 된다(마치 집을 짓는 거미처럼).

그러나 영원회귀의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는 다음의 두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단 한 번이라도 신성하다고 할 만한 엄청난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만약 그런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의 반복을 위해 우리는 영원회귀 개념을 인정하고 그 순간에 따르는 크고 작은 일들 역시 모두 긍정할 수 있을 터이다. 다른 한편 영원회귀 개념이 삶의 원칙으로서 우리를 변화시키고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이 원칙은 우리가 자신을 발견하고 또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도구가 된다. 일단 영원회귀 개념이 삶의 원리가 되면 우리는 매순간, 모든 것에 대해 이것을 다시 또, 그리고 무한히 반복하고 싶은지 묻는 가장 무거운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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