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인들에게는 기타 대륙 사람들에 비해 가축화할 만한 대형 야생 초식성 포유류가 훨씬 더 많았다. 그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유럽 사회가 대단히 유리해진 것은 바로 포유류의 지리, 역사, 생태 등 세 가지 기본적인 현실 때문이었다. 첫째, 유라시아는 그 넓은 면적과 생태학적 다양성에 걸맞게 처음부터 후보종 수가 가장 많았다. 둘째,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북아메리카는 홍적세 말기에 닥친 엄청난 멸종의 파도 속에서 대부분의 후보종을 잃고 말았지만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앞의 두 대륙에서는 그 포유류들이 인류의 진화사에서 상당히 늦은 시기, 즉 우리의 사냥 기술이 이미 고도로 발달했을 때에 갑작스럽게 인간들 앞에 노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거기서 살아남은 후보종 중에서도 유라시아의 경우에는 기타 대륙에 비해 가축화에 적합한 동물들의 비율이 높았다. 아프리카의 대형 군거 포유류처럼 결국 가축화되지 못한 후보종들을 잘 살펴보면 각각의 후보종이 실격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들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롤스토이도 자기보다 앞선 시대의 저자인 성 마태가 다른 문맥에서 보여준 통찰력에 기꺼이 찬동했을 것이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마태복음 22장 14절) - P258

지금까지는 지도만 훑어보아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위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위도는 기후, 성장 조건, 식량 생산 전파의 난이도 등을 결정하는 주된 요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물론 위도만이 그 같은 결정 요소였던 것은 아니며 어떤 두 지역이 동일한 위도상에 인접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후가 똑같지는 않다(낮의 길이는 똑같을 수밖에 없지만). 각 대륙에 따라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지형적 생태적 장애물도 각 지역에서 확산을 방해하는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했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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