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난생 처음 연애편지를 보낸 사람은 당신이었지요. 이 책 역시 당신에게 보내요. 당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죠. 앤소니, 당신은 내가 아무 거리낌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나의 가장 흥실한 청취자, 그리고 나의 영원한 사랑이에요.
<아가서 The Song of solomon>에는 이런 구절이 나오지요. "그는 내가 영혼으로 사랑하는 남자. 나는 결코 그를 놓지지 않으리." 나 역시 그래요. 모든 기만과 가식덩어리 따위 벗어던지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도 한 치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은 채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은전히 받아들이던 그 순간, 그 열락의 순간을 언제까지나 놓지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과거의 황홀경에서 깨어나 현재의 세계와 마주했을 때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계가 더 이상 사랑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믿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는 것이 우리 시대의 유행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사랑에 등을 돌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린 시절에 사랑으로부터 버림받았을 때처럼 가슴이 찢어지게 쓰라리고 아팠다. 사랑을 외면하는 것은 영혼이 사막지대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 정도가 깊어지기 전에 손을 쓰지 않으면 사막에서 길을 잃고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사랑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사랑의 부재 현상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하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다시 사랑으로 부활할 수 있다면 영원한 삶을 약속받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을 활짝 열고 이야기를 나눠보자.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다.

"어떤 역경에 처하더라도 사랑을 구하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사랑의 의미를 깊이 탐색하다 보면 자신들이 직면하고 싶지 않은 어떤 진실을 만나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후 나는 사랑 대신 죽음을 글의 주제로 삼았다. 내 주변 사람들은 학생이든 교수든 여자가 죽음에 관해 진지하게 숙고하고 글을 써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죽음과 죽어가는 것을 주제로 한 첫 시집을 출간했다. 그 시집 첫머리에 소개된 시 「여성의 애가 The woman‘s mourning song」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자가 연인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죽음을 다룬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다시 사랑으로 회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관점이 다른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단지 후천적으로 학습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만약 위의 작가들이 주장하듯이 남성과 여성이 정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감정적으로도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면, 사랑에 관한 담론에서 남성들이 지금처럼 권위를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여성은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존재이고 남성은 이성적이고 무뚝뚝한 존재라면, ‘진정한 남성‘은 사랑에 관해 말하기를 꺼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털어놓지 않는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일 상생활에서는 사랑에 관해 말을 아끼는 편이다. 그렇게 침묵하는 까닭은 어떤 불확실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내심 사랑에 대해 잘 알기를 원하지만, 막상 그렇게 됐을 때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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