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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 사는 고래
해수 지음 / 글팜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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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中
“시간이 갈수록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은 식어가고
싫어하는 것만 잔뜩 생기는 데다
심지어 미움의 이유는 구체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조금 더 생을 붙들고 싶어 글을 씁니다.”
해수 성장 에세이 [뭍에 사는 고래]
짧은 글 하나에 떠오른
수백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어
어떤 서평이 정답일까 싶다.
● 책에 대한 느낌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책소개를 찬찬히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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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엄마에게 처음 맞았다.
열세 살, 자살 시도를 했다.
스무살, 증오를 내 힘으로 삼고 분노를 원동력으로 나아가기로
부모도 모르는 개새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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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프다 못해 시린 말이었다.
무심코 보게 된 글은
이 꽃피는 3월, 마음속에 차가운 북풍을 불러와
책을 읽던 내 시야가 온통 회색빛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싶던 순간부터
동질감이 느껴져 차마 페이지를 넘어가지 못해 한동안은 그 페이지에 머무르기까지.
작가 해수의 이야기는 덤덤하게 서술된다.
그녀의 어린시절의 여러 사건과 에피소드부터
성인 이후 진행중인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글이 무너진다는 느낌은 없었으나
나는 어쩌다보니 글 안에서 내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같이 덤덤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족은 어찌보면 나에게는 양날의 검이었다.
어떻게든 세상에 버티게 하는 버팀목이었으나,
다시 나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는 잔혹한 관계.
육체적인 폭력보다는 나를 걱정한다는 말로 포장된
아픈 말에 해수처럼 폭발하기도 하고, 덤덤히 수용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버티다 버티다 터지는 감정들 속에서도
결국 사람의 작은 온기하나에 위로받는
우리시대의 어떤이.
숨구멍이 막힌 기형고래는 작가 해수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 기억에 남는 말
11p ‘당연한 것’은 너무 선택적이라고.
예를 들어 ‘딸의 의무’는 보통 ‘당연한 것’에 속했다.
45p 엄마도 사과했었어야 했는데
나는 어떤 사과도 받지 못한 일방적인 화해.
그게 참, 좆같다고, 생각했다.
56p “ ..그래 내가 잘못했어 ”
“ 뭐?”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고.”
62p 전부 물에 잠겨있어도 아가미가 있는 다른 사람들은 물속을 잘만 유영하는데
나만 숨을 참고 목숨을 걸고서 물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