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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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가령 자기 뇌가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릴 때, 도파민이 그 명령을 발까지 전달해주는 경우에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전령 같은 거로군. 그날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파킨슨병은 그 여자고, 도파민은 전령인 셈이네. 그렇다면 뇌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녀는 생각한다. 발은 뇌의 말을 전혀 듣지 못하니 말이야. 쫓겨났는데도 자기가 아직도 왕위에 있는 줄 아는 왕이나 마찬가지로군.
p.017

그녀 혼자 힘으로는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 전모를 밝혀내기가 어렵다. 더구나 그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도, 용의자도 없을뿐더러 어떤 범행 동기나 가설도 없이, 오로지 살인만 존재하는 터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p.045~046

엘레나가 생각하기로 모성애는 몇 가지 특정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자기 자식을 잘 알고 있고, 어머니는 많은 것을 알고, 어머니는 사랑을 베풀 줄 안다. 모두들 그렇게 말하고, 또 실제로 어머니라면 모두 그렇게 된다. 그녀 또한 딸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 비록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주 다투었고 서로 거리를 두었으며 채찍을 갈기듯 심한 말을 내뱉으며 싸웠지만,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입맞춤을 해준적도 없지만, 그래도 엄마는 사랑하는 법이다.
p.089

엘레나, 당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되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제가 엄마인가요,신부님?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엘레나? 자식을 먼저 앞세운 여자를 뭐라고 부르죠? 저는 미망인도 아니고 고아도 아니에요. 저는 대체 뭔가요? 엘레나는 여전히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대답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말한다. 제게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신부님. 만약에 신부님이나 성당이 제게 붙일 이름을 찾아낸다면 앞으로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또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할 권리를 앗아가버리는 것일 테니까요. 아니면 내가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권리마저도 말이죠.
p.099

그런데 갑자기 내 외모에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니, 리타? 엄마의 외모가 어떤지가 아니라, 엄마를 보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거야. 리타는 속으로 엄마에게 말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엄마를 보는 건 바로 나야.
p.161

우리 사이는 그런 식이에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여행길을 함께하는 동반자인 셈이죠. 그렇지만 저는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몰라요. 저는 엄마가 아니니까요.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엘레나 부인, 제게 알려주실 수 있나요? 하지만 엘레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p.210

그날은 비가 내렸어요. 그녀가 이사벨에게 말한다. 그랬더라도요. 여자가 엘레나에게 대답한다. 비가 오는데도 딸아이는 나갔어요. 따님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나갔을 거예요. 어쩌면 비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게 바로 나예요. 엘레나가 고백한다. 이사벨은 그녀를 빤히 보며 말한다. 때로 다른 이의 몸이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이죠.
p.245

우와! 이책뭐야!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엄마란 무엇이고,모성이란 무엇일까?
파킨슨병을 않고있는 엘레나.
비 오는날 피뢰침이 있는 성당 근처에는 가지도않는 딸 리타가 성당 종탑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모두가 자살이라 말하지만, 절대 그럴리가없다며 20여년전 중절수술을 못하게 도와줬던 이사벨에게 도움을 받기위해 찾아간다.
마침내 이사벨을 만나 리타의 죽음을 밝혀달라고 부탁하는데...
리타의 마음이 어땠을지..
오로지 엘레나의 입장으로만 적혀있는 이 책이 오히려 리타의 마음을 더 알게 해주는것같다.
따옴표없는 대화체도 이 책의 색깔과 너무도 어울린다.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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