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 전쟁, 역사 그리고 나, 1450~1600
유발 하라리 지음, 김승욱 옮김, 박용진 감수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르네상스전쟁회고록 #유발하라리 #김영사
⠀
1.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
유발하라리는 귀용의 글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귀용의 글은 일반적인 사건이나 개인사에 대한 언급없이 몇 년을 건너뛰기도 하고 역사적인 의미가 전혀 없어 보이는 개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의 글만으로는 귀용의 개인사도, 당시의 역사도 연속적으로 재구축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
🔖”르네상스 시대의 회고록은 개인주의의 역사에서 개인이 회고록을 쓸 만큼 자신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이런 작업이 아직은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시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 방향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글이 탄생한 것이다.”31
⠀
유발하라리가 소개한 귀용의 글은 일반적으로 ‘군인회고록’으로 분류되는 글이다. 만약 이 시대의 글 중 귀용의 문헌이 유일무이한 사례라면 머릿속이 특별히 혼란스러웠던 사람의 글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 시기의 많은 군인 회고록이 같은 스타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를 중세의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가 대두되기 시작한 르네상스 초기 문헌의 특징으로 보고 있다.
⠀
르네상스 전쟁회고록은 전사공동체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누가 어떤 공을 세웠는지가 중요한 전사집단의 영웅담이며, 자신들이 영웅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자신의 것이든 타인의 것이든 인과관계없이 기록한 문헌이다. 이 르네상스회고록은 17세기 중앙집권 국가가 등장하면서 왕조를 정당화하기 위한 민족영웅담에 밀려 사라진다. 왕정국가는 개인사를 소거하고 민족정체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영웅담만을 취해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냈고 그렇게 역사를 독점했다.
이때 ‘역사’는 르네상스회고록과 달리 영웅들의 위대한 업적에 인과관계를 부여함으로써 오늘날의 ‘우리’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
2. 20세기 전쟁회고록
유발하라리는 르네상스 시대 군인회고록에 등장하는 현실을 조사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로 20세기 군인회고록과 비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20세기 회고록 중에서도 주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하급전투원들이 쓴 회고록을 살펴보았다고 하는데, 상급전투원들에 비해 전쟁에 대한 당대의 견해가 훨씬 더 분명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세기 전쟁회고록은 독립된 개인이 그 경험과 감정을 중요하게 다루어 썼다는 것이 근대적인 가치이며 이것이 집단주의의 연장선에 있던 르네상스와 강력히 대비되는 점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역사가 아니라 ‘나’의 역사라고 부를 만한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20세기 전쟁회고록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유발하라리가 말하는 ‘집단의 역사가 아니라 개인의 역사를 다룬 20세기 전쟁회고록의 가치’가, 왠지 요즘 출판되는 보통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지니는 가치와 결이 같아 보인다.
⠀
3. 인류3부작의 출발점
<#사피엔스>,<#호모데우스>,<#21세기를위한21가지제언>의 #인류3부작 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발하라리는 미래학자이자 사상가이다. 동시에 역사학자이며 중세 전쟁사 전공자이다. 이 책은 인류3부작을 쓰기 전, 옥스퍼드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이다. 인류 3부작에서 보여준 세상의 의미와 인류전체에 관한 통찰의 시작점 이라고도 볼 수 있는 책인 것이다.
삶의 의미와 세상의 의미란 무엇인가의 일관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필했던 인류 3부작의 출발점은 결국 하라리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였다.
“인류 3부작이 ‘세상의 의미’를 구하려는 시도였다면, 이 책은 ‘나의 의미’를 탐구하는 셈이다.” 7 해제 중
⠀
4. 추천대상
유발하라리의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의 글이 쉬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은데 참 쉽게 읽힌다는 것을 알 것이다. (김영사 서포터즈 찬스로 유발하라리의 글이 원래 가독성이 좋은지, 번역을 잘한건지 알게 되었는데, 유발하라리가 원래 글을 쉽고 친절하게 잘쓰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그 답게 이 책 역시 논문이지만 쉽게 읽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겠다고 이 책을 펼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르네상스 회고록을 분석한 ‘논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다만 인류 3부작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유발하라리가 인류 3부작에서 보여 준 통찰력의 출발점을 지켜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유발하라리의 팬이라면 무조건 봐야 할 책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