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답게 - 인생은 느슨하게 매일은 성실하게, 개정판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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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나답게 #한수희 #인디고(#글담출판)

 

1.

“가끔 나는 좀 비싼 빵집에 가서 갓 구운 단팥빵을 산다. 가격은 아마 2,000원에서 2,500원 정도?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단팥빵을 야금야금 다 먹어치운다. 갓 구운 단팥빵은 정말 맛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거기에 다 들어 있다. 열량, 따뜻함, 부드러움, 달콤함, 기쁨, 배려, 다정함, 담백함. 이런 것을 단팥빵의 격려라고 하면 너무 낯 간지러우려나. 돈을 아껴 쓰게 되면 모든 걸 좀 더 음미하게 된다.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니까.” 68-69

 

하찮은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현대사회. “요즘의 ‘소확행’의 흐름은 ‘대확행’을 바랄 수 없는 사회, 경제적 상황 때문이다” 라는 어떤 강연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그래서 이 ‘하찮음’에 대해 (조금은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로)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도 그런 종류의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미 3년 전 출간되었던 책입니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을 때부터 (시대를 앞서) 이 글을 쓴 것이죠. 대단한 사람. 저는 저자가 일상에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남들이 다 겪는 인생의 곤경, 예를 들어 비 올 때 생긴 발목 깊이의 웅덩이 같은 곳에만 빠져도 당장 익사할 것처럼 허우적대는 사람이다. 꼴사납지만 그게 나다. 아무튼 고통 감수성(내가 만든 말이다. 그냥 ‘투덜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있어 보이니까)이 높은 나는 브리짓 존스를 만난 후에야 이 정도 곤경은 누구라도 겪는 대단치도 않은 곤경일 뿐이며, 그 곤경의 강도를 결정짓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94

 

저자가 말하는 자신의 높은 ‘고통 감수성’ 덕분에 일상의 경험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확장된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었던 건 아닐까요. 저도 오늘부터, 투덜이가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2.

처음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쓸 때 ‘소비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방향성으로 삼았다고 하니다. 돈을 벌고 돈을 쓰고 돈 때문에 괴로워하고 돈 덕분에 즐거워하며 돈에 구애받지 않고 돈을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들.

 

“나는 돈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정말로 많이 생각한다. 왜냐하면 먹고사는 문제는 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돈 따위는 중요치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먹을 것을 사고 공과금을 내야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데, 어떻게 돈이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문제는 ‘돈이 전부다’같은 사고방식이지, 모 아니면 도가 아닌 것이다.” 51-52

 

개정판을 내기 위해 자신의 글을 다시 읽다가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지금의 자신에게 딱히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쓴 이야기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이 글들을 쏟아냈기에, 3년 전의 자신에게는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큰 두려움이었던 문제들이 지금은,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일에 대해 음, 어쩔 수 없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죠. 저자자신에게도 꼭 필요했던 글이었던 것입니다.

 

 

3.

저자가 들려주는 유니클로 스웨터 얘기, 정리정돈에 관한 얘기, 책에 관한 얘기, 친구 얘기 등 무엇 하나 공감 안 되는 얘기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우울증까지 웃음으로 버무려 낸 의연함이 정말 멋졌고, 무엇보다 진솔함이 묻어나는 그녀의 문체가 참 좋았습니다. 올 여름 휴가에 꼭 챙겨가서 다시 한번 읽고 싶은 책입니다.

 

 

“온전히 나답다는 건 이렇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나라도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복잡한 존재인 나를 인정하는 것, 완벽해지려 애쓰지 않는 것,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온전히 나답게’살아가는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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