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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평점 :

#제가결혼을안하겠다는게아니라 #이주윤 #한빛비즈
1.
요즘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습적 통념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 책도 그런 목소리 가운데 하나다. 결혼 뿐만 아니라 남자, 친구, 가족 등에게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일기장마냥 그대로 드러내는데 이 책, 너무 웃겨도 너무 웃기다.
이렇게 시작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시작과 동시에 끝날때까지 놓을 수 없는 책이라는 걸.
<일러두기>
“사투리, 입말을 살려 맞춤법 표기를 따르지 않은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음식 만드는 일이야 명절 스트레스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를 정말 미치게 하는 건 어른들의 쓸데없는 잔소리다. “올해 나이가 몇이냐?”라는 질문에 “서른셋이에요” 대답하면 “아오, 언제 저렇게 나이를 먹었대” 기겁하시고. “그 일 해서 돈은 얼마나 버냐” 라는 물음에 “얼마쯤 벌어요” 대답하면 “아오, 대학 나온 애가 그것밖에 못벌어” 무시하시고. “만나는 사람은 없냐”라는 말씀에 “없는데요” 대답하면 “아오, 도대체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언제 남자 만나서, 언제 시집가서, 언제 애 낳으려고 여태까지, 아오.” 한심한 눈으로 훑어보며 인간 말종 취급하시니 내가 안 미치고 배겨? 평소에는 없던 관심이 명절만 되면 샘솟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103
“나는 좆같은 전을 부치기 위해 인생의 하루를 허비해가며 고향에 내려가는 와중에 화를 내고 있다. 나는 전을 얼마나 부쳐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부쳐야 할지, 알지도 못한 채 그저 부치라고 하니까 전을 부치러 고향에 내려가며 스스로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그까짓 전 안 부치면 그만이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집에 안 내려간다고 말하면 내일이라도 죽을 것처럼 힘 빠진 목소리를 내는 엄마 때문에 나 이직선은 그 좆같은 전을 부치러 고향에 내려간다.” 112
처음엔, 옆집 쎈 언니가 소주 한잔 하면서 뱉을 법한 말투가 단행본에 가능한 워딩인건지 조마조마 하기도 했으나 한결같은 쎈 언니의 B급 드립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그 중독성이 꽤 컸다.
2. 결혼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우리의 결혼문화는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과의 결합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 끼어드는 허례허식이 너무도 많다. 남자 쪽에서 집을 해오면 여자 쪽에서 혼수를 해오고, 여자 쪽에서 예단을 얼마 보내면 절반은 다시 돌려보내는 게 예의이며 남들 하는 만큼은 주고 받아야 각자 집안의 면이 선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워야 할 일인데, 그 과정은 온통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전이다. 이런 거 언제적건데, 이제 좀 그만하면 안되나?
혼인할 시기를 넘긴 나이 많은 남자, 여자를 일컬어 노총각, 노처녀라고 한다. 이 단어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문제 있는 사람쯤으로 치부하면서 그 범주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을 차별하는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언어인 것인데, 무려 표준어다. 이리도 친절하게 결혼 안 한 사람까지 꾸역꾸역 챙겨서 국어사전에 등재시킬 일인가. 웃기는 일이다.
지구상 70억 인구 중에 딱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는 ‘결혼’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기적이다. 이 기적 같은 일을 강요에 의해서 해야 되는 분위기라니. 독립된 인격체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두면 안되나?
연애가 스트레스인 사람, 결혼을 강요받고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단숨에 저자의 팬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