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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동물’하면 우리는 흔히 척추동물을 가장먼저 떠올립니다. 그러나 인류와 같은 척추동물은 현재 알려진 130만 종의 동물 중 약 6만 종으로 전체동물의 5%이하를 차지하며 그 외 대부분의 동물은 무척추 동물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40년 가까이 동물 문(문이란 강의 위, 계의 아래인 생물 분류 단위의 하나)을 연구한 학자로서 34문 가운데 대표적인 문인 자포동물문, 절지동물문, 연체동물문, 극피동물문, 척삭동물아문을 이 책에서 소개합니다. 그중에서도 동물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무척추동물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산호하면 왠지 산호초를 떠올리고 식물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의 처음에 산호가 등장해서 놀랐습니다. 산호는 동물이며, 체내에 대량의 식물을 공생시키는데 이 보기 드문 공생이 산호초라는 것입니다. 자포, 플라눌라 유생, 폴립, 군체 등의 생경한 단어들이 제법 등장하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단어를 풀어 설명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방식 덕분에 ‘과(학)알못’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산호의 생식방법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산호의 난자와 정자가 바닷 속에서 수정란으로 발생한 후 플라눌라 유생이 됩니다. 이는 얼마동안 바닷 속에서 유영하다가 해저의 바위 표면에 붙어 하나의 폴립이 되고 폴립은 몸 주위에 컵 모양 돌집을 만듭니다. 이 최초의 한 마리에서부터 군체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폴립하나가 옆구리에서 싹을 틔우기도 하고, 몸을 두 개로 분열시키기도 하면서 이웃에 자신과 똑같은 폴립을 생성해 내는데 이때 산호는 무성생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웅이라는 성에 관계없이 자식을 만드는데 이렇게 생긴 자식은 완벽하게 일치하는 유전자를 가지게 됩니다. 이 폴립은 무성생식을 반복하여 폴립을 늘려가면서 전체가 큰 군체를 형성하는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거대한 산호는 이렇게 형성되는 것입니다. 신기한 것은 어미폴립과 새롭게 생긴 폴립은 몸의 일부가 연결되어 있어서 계속해서 정보나 영양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해요. 산호는 죽어도 이 거대한 석조 구조는 남아서 다른 생물의 껍데기와 더불어 단단해 지는데 이것이 바로 산호초라는 암초인 것입니다.
갈충조와 산호는 서로 공생하며 서로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관계입니다. 서로가 얻는 다양한 이익에 대한 것과 산호에게 천적인 귀신불가사리에 관한 내용들까지 삶을 위해 그들이 자신의 몸을 만들어 온 방식에 대한 내용들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왜 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한 책일까요. 저자는 산호초에서 그 답을 얘기합니다. 바로 ‘공생’과 ‘리사이클’. 완벽한 공생으로 서로에게서 삶을 충족시켜 나가고 있는 이 동물들에서 배워야 할 현대인의 키워드라고 말이죠. 곤충, 소라, 불가사리, 해삼, 멍게, 사지동물들의 생김새를 보며 각자의 생존에 최적화 되어 있는 몸의 구조가 새삼 신기하기만 합니다.
몸의 구조에는 사는 환경, 생활 방식, 그 동물의 진화 과정 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몸의 구조가 다른 동물들은 각자의 생존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다를 것입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동물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저자는 실험을 통해 동물들의 독자적인 몸 구조가 각자의 독자적인 세계를 가능케 하는 기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책의 끝부분에서는 우리 척추동물이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각장의 끝마다 저자가 직접 작사, 작곡한 동물 찬가가 7곡 실려 있는데요, 이는 저자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강의말미에 학생들과 직접 불렀던 노래라고 하네요. 딱딱함을 추구하지 않는 저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생물과학분야에 교양을 쌓고 싶은 분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