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화된 신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영혼의 존재에 대한 보편적 믿음이 모든 창조에 내재된 신적 존재의 적극적, 능동적 개입이라는 개념으로 어떻게 발전했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74

    

 

<인간화된 신>은 인류가 어떻게 신을 인간화해왔는지를 역사적 맥락으로 짚어보고 신에 대한 범신론적 견해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이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반박하는 책은 아닙니다. 어느 경우든 입증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것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구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종교가 인간이 가진 특별한 인지능력으로 우발적으로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역설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하는 저자의 설명을 간단히 하면, 이 모든 의문의 답은 인간의 뇌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종교에 대한 ‘인지 이론’인 것입니다.

어떻게 인류가 영혼의 존재를 자각했으며, 어떻게 신적존재가 점진적으로 인격화했고, 어떻게 다양한 인격을 가진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가 탄생했으며, 그 많은 형태의 신이 유일신으로 변모했는지 책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신석기 시대의 시작을 괴베클리 테페가 세워진 시기로 보고 있는 학계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성경의 에덴동산으로 추정되는 우르파라는 고대도시에서 16킬로미터쯤 떨어진 높은 산맥의 꼭대기에 있는 괴베클리 테페. 이것은 인간이 쌓은 최초의 종교적 신전으로 학계에서 인정되는 유적인데, 발굴 책임자였던 고고학자 클라우스 슈미트가 ‘에덴 신전’ 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이 신전은 기원전 1만 4000년에서 기원전 1만 2000년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스톤헨지보다 적어도 6,000년이 빠르고 최초의 이집트 피라미드보다도 7,000년이 빠르다고 해요. 반 유목상태 수렵 채집인들이 석기시대에 변변한 도구 하나 없이 이 거대하고 복잡한 기념물을 세운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이 건축물은 인간을 영적 차원의 중심에 둔 것이며, 인간을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 이후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되었고 지상의 신이 되었죠.

 

 

 

 

이 밖에도 성경, 쿠란이 영향을 받은 4000년 전의 수메르 서사시의 종교에 대한 최초기록이나, 현재도 발굴되고 있는 다양한 유적들에 대한 기록에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 내렸습니다.

 

 

 

저자는 하나의 신을 믿는 많은 신을 믿든 간에, 심지어 어떤 신도 믿지 않는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우리가 신을 우리 형상대로 만들었지 그 반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 속에, 한층 성숙하며 더욱 평화적이고 원초적인 형태의 영성을 찾는 열쇠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입니다.

 

 

저는 저자의 이 말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약 7년 전 까지만 해도 골수 개신교신자였었죠. 독실했구요. 교회 내에 있을 때, 천주교 신자마저 전도의 대상으로 생각한다거나,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는 교리에 대해 의문점이 생길 때마다 믿음의 부족이라 생각하고 무릎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앙생활 중에 개인적으로 인생이 무너지는 일을 경험했습니다. 제 세상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교회 안에서는 도저히 머리로 이해 불가능한 제 의문에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우리는 그 분의 뜻을 헤아릴 수 없으니 그저 기도하자’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교회를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배타적으로 생각했던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오히려 저의 상황과 감정이 더 설명 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나의 세계관에 갇혀 다양한 시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현재 저는 철학서도 보고, 종교를 학문적으로 다룬 책도 봅니다. 그렇다고 무신론자는 아닙니다. 이 사유의 끝에는 반드시 내가 믿던 그 분이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범신론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혹시 저처럼 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 해결책을 자신이 현재 가진 종교 하나로만 해결해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