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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9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천은실 그림, 정지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3월
평점 :

메리라는 소녀가 부모를 잃고 보살펴줄 이가 없어 친척집에 머물게 됐는데 그 집에는 10년 전 주인이 폐쇄하고 존재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진 비밀의 화원이 있습니다. 그 화원나무에서 마님이 떨어져 죽고 나서 폐쇄된 것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방밖으로 나가지 않고 누워만 있는 병약한 소년 콜린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이 둘은 폐쇄 된 화원에 함께 드나들게 되고 이를 통해 소년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되찾는다는 해피엔딩이지요.
여기까지 언급한 비밀의 화원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만화로 접했던 신비로운 비밀의 화원 이야기는 환상적인 이야기였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동화로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 다시 펼친 비밀의 화원에서는 한 소녀의 정신적 자립과 성장,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가운데 성장하는 우리의 삶이 보였습니다. 고전은 고전입니다. 아름다운 동화 속에서 우리네 삶이 보이니까요.

고전인 이유를 하나씩 풀어가 볼게요.
1. 나를 형성하는 타인의 존재
사실 메리는 하녀가 시중을 들어주지 않으면 옷 하나도 스스로 입지 못하는 아이였고, 하녀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아이였습니다. 이기적인 성격 탓에 미움 받던 존재가 세상에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게 되죠. 더 이상 과잉보호가 없는,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곳에서 메리는 오히려 스스로 자립합니다. 거기에는 이전에 늘 사람이 아니며 하대 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하녀 마사의 순수한 지지가 있었습니다. “너는 너를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데?” 라고 물어봐준 타인 마사라는 존재로 인해 메리는 이전에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자신과 조우하게 된 것입니다.

2.아이는 혼자가 되고나서야 성장했다.
메리가 버려진 화원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커먼 흙에서 초록색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빽빽하게 자라나있는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은 작은 삽을 가져와 본격적으로 땅을 정돈하기 시작하죠. 이 모든 일의 시작은 혼자서 였습니다.
메리가 오롯하게 혼자만의 힘으로 비밀하게 화원을 정돈하는 행위를 메리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꿈을 키우는 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싶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서 자라나는 새싹들을 위해 과감하게 불필요한 잡초 같은 감정을 제거하고 혼자서 자립한 이후 타인의 도움이 필요함을 스스로 느끼는 시기가 오자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메리는 그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었죠.

3. 내면이 바로 서 있을때 비로소 발현되는 타인의 지지와 사랑.
물론 인간은 영장류가운데 자립하기까지 가장 타인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 동물입니다. 그러나 못미더움에 계속 맹목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한 인간이 자립할 수 있는 시기를 미루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적절한 시기가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요.
화원이 폐쇄된 기간은 10년으로 메리의 나이와 같습니다. 10년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죽어있던 것 같던 화원이 생명력을 되찾아 가는 시간이 마치 메리라는 한 사람이 꽃을 피우는 모습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잘 해낸 메리는 진정하게 관계를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메리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자기의 뜰이 살아나기 시작한 그날 아침을 결코 잊지 않을 것 같았다. 메리에게는 그날 아침부터 뜰이 자라기 시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165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소환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다시 한번 펼쳐보면 어떨까요. 알고 있던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이야기가 보일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