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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평점 :
좋아하는 일에서 환상이 지워지고 설렘이 사라져가는 걸 보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느긋하게 즐기던 삶에서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는 결과 위주의 삶으로 바뀌는 것.(...)꿈은 때로 비루한 일상이 되고 매일 마주하던 오늘이 그토록 바라던 꿈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p.38
자신의 라디오에 보내지는 사연들을 마음에 두었다가 그 이야기에 못 다한 이야기를 더해 풀어낸 허윤희의 문장들. 이 감성적인 문장들은 심야시간에 듣는 차분한 라디오 진행자의 음성처럼 조용하고도 감각적이다. 각각의 챕터 끝에는 사연과 어울리는 노래 가사가 시처럼 적혀있어, 책을 읽는 내내 라디오를 듣는 듯 마음이 안정됨을 느꼈다.
꿈이라고 부를 만한 지향점만을 바라보고 앞으로 걸어 나가기에 힘들어져버린 사회, 경제적 현실에 측면 돌파해야 하고, 때론 그런 나 자신과 타협해야하는 비루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지라도,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 행복을 향한 몸부림의 결은 모두 같을 것임을 안다.
학창시절 심야시간에 라디오에 귀 기울이던 모습이 떠올랐다. 꿈을 꾸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그 꿈에 닿아있을 것을 굳게 믿으며 하루하루를 패기 넘치게 채워가던 그 시절의 그 감정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오롯이 되살아났다.
삶은 늘 내 뜻과는 다르게 벌어져 버리기도 했고,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사람과의 관계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나를 바꾸는 일밖에 없었기에 시종일관 나를 다그쳐가며 살았지만, 삶은 내가 어린 시절 꿈꿨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길을 내 앞에 펼쳐놓았다.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딛고 살아내야 할 소중한 삶이기에 찰나의 소중함을, 평범한 날들의 소중함을 순간순간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모든 삶의 후회와 추억들을 딛고 또 다시 내일을 소소하게 꿈꾸는 행복이 바로 삶이기에.
라디오는 작은 세상이고 그 안엔 그 세상의 다양한 사연들로 채워져 있었다. 차디찬 바다로 무작정 떠나고 싶은 마음.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지. 그 외로움, 즐거움, 자신의 찌질한 흑역사들 이 모두는 그 시간들을 내어 보이며 주어지는 자유함으로 얻어지는 소소한 기쁨들은 내어 보인 사람의 것만이 아니었다. 그 모든 사연들은 어딘가에 가서 닿아 작은 파문이 되고 누군가에겐 그 삶을 다시 살아낼 용기가 된다. 이렇게 저자의 생각이 더해져 내게도 닿았고 나또한 다시 삶의 의지를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