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 이유 워프 시리즈 1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허블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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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행복한이유 #그렉이건 #허블

💟 추천 독자
SF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 발전하는 과학 기술 속 인간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과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 한 줄 소개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세상 속에서 인간이 내릴 수 있는 선택과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책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누군가는 생물학적인 연구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고 누군가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 존재를 바라보기도 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는 누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인간은 무수한 답이 존재하는 그 과정을 아주 오래 밟아간다.

SF는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다. 과학과 기술은 인간에 의해 발견된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에 의해 발명되는 것이기도 하다. 발견과 발명이 공존하는 과학 기술 속에서 인간의 상상력은 피어나고, 이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는 창작자도 있다.

🌿✨🌿✨🌿

《내가 행복한 이유》는 그렉 이건의 소설집으로 총 열한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는 그렉 이건은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세상에 인간을 던져 놓음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사고로 신체 대다수를 잃은 배우자의 뇌를 자궁 속에 품기도 하고(<적절한 사랑>),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100광년 일기>).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세상과 그곳에서 인간이 가지는 위치에 대한 탐구, 인간의 선택에 대한 그의 상상력은 곧 그의 소설이 지향하는 바가 된다.

p.173 나는 생각한다. 무한한 세계 집합들 중 얼마나 많은 곳에서 나는 한 걸음을 더 디디게 될까? 그리고 얼마나 무수히 많은 버전의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뒤로 돌아 이 방에서 나갈까? 어차피 내가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살고,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금, 죽음을 감수하더라도 치욕에서 구해내려고 하는 존재는 도대체 누구일까? 나다.

p.236 나 자신에게 충실하다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모든 충동들과 동거하며, 머릿속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목소리들의 존재를 감수하고, 혼란과 자기 회의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확신이 주는 자유를 맛본 지금, 그것 없이는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p.246 그러나 보석은 죽지 않는다. 핵폭발의 중심에라도 던지지 않는 이상, 10억 년이라도 멀쩡하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은 기계였다. 부모님은 신이 됐다.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을 증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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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 이건의 소설은 조금 불편하고 어렵다. 그가 쓰는 소설은 과학적 상상력 이전에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과학적 상상력을 토대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에 앞서 과학적 이론을 가져오고, 그 위에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를 얹은 후 상상력을 더한다. 그렇기에 그렉 이건의 소설은 어렵고 복잡하다.

어렵고 복잡한 그의 소설은 ‘읽기’ 과정을 거치며 머릿속에 여러 개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세상에서 인간은 그것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속에서 작가는 인간의 뇌에 집중하고 인간이 정말 선택할 수 있는 것, 선택하는 것 혹은 선택했다고 믿는 것을 뒤섞는다. (이 지점에서 작가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크지 않거나 실은 하나도 없었다는 걸, 작품이 끝난 후에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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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상상력’이 ‘허구적 상상력’과 동일시되어 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SF는, 이제 더 이상 문학의 하위 장르가 아닌 문학과 대등하게 놓이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이 속에서 작가들의 과학적 상상력은 더욱 깊어지고 그것들이 가지는 깊이 역시 깊어지게 되었다.

《내가 행복한 이유》에 수록된 작품 중 다수는 20년도 더 된 그의 초창기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을 고전문학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20년 전에 그가 했던 상상과 고민이 지금의 것, 미래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발전하는 과학 기술 속 인간의 위치는 어디에 놓일 것이며 그 속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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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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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독자

: ‘돌봄혹은 돌봄 노동에 대해 관심이 있으나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 ‘돌봄이 단지 신체적인 불편함을 가진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다양한 모습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한 줄 정리

: 우리 사회에 자리한 돌봄의 위치를 통해 돌봄의 의미를 다시 정하고, 우리에게 돌봄이 필요한 이유를 다양한 이들의 시선과 시각에서 말하는 책

 

의존과 돌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의존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이고, 돌봄의 사전적 정의(정확히는 돌보다’)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이다. 두 단어는 한 사람 아닌 두 사람을 필요로 하고 손을 뻗어 도움을 주는 이와 그 손을 잡아 도움 받는 이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단어가 가지는 뉘앙스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다.

 

돌봄과 달리 의존에는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내게 의지하라.”고 하지 내게 의존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반면 돌봄’, ‘돌보다엔 인류애와 사랑, 애정, 따스함과 같은 긍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보살피는 돌봄과 달리 의존은 타인에게 기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돌보기 위해서 돌봄을 받는 대상은 돌봄을 주는 주체에게 의존해야 하고, 의존과 보살핌이 공존할 때 돌봄은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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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돌봄(돌봄 노동)’을 주제로 총 열 한 명의 저자가 공동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질병과 정신장애, 장애와 권리, 노동과 의료, 교육과 젠더, 혁명과 이주, 탈성장의 목차를 가진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 자리한 위치와 돌봄이 받는 대우를,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시선 반대에서 서술하고 보여준다.

 

p.25 이렇듯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여겨지는 일들도 손상된 몸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큰 도전이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생을 존엄하게 여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제도 내 장애인으로의 편입이다.

 

p.44 주디 챔벌린은 말한다. ‘문제를 전문가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사랑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자신을 위해 근심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공간에서 돌봄받아야 한다.

 

p.163 사회적 돌봄은 엄마의 확장이나 돌봄 이용자와 노동자 간의 개별 관계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사회적 관계이자 사회적 실천, 그 자체로 조망되어야 한다.

 

p.257 이제까지 보살핌노동이 낮은 지위에 머물러 온 것은 이를 사적인 영역에 제한하고, 여성의 역할이라는 뿌리 깊은 고정 관념에 맡기고 방관해 온 결과이다. 돌봄의 가치는 남녀 중 누가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보살핌 윤리학은 경쟁, 계약, 합리성 등 획일적이고 폭력저긴 기존의 사회규범에 돌봄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p.304 돌봄권은 돌봄을 행하고, 돌봄을 받고, 돌봄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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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한국사회에서의 장애인의 위치에서부터 시작해 탈성장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담론에까지 뻗어간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곧 각 개인이 서로에게 언제든지 의지하고 의존할 수 있는 세상이며, 그것이 가능한 세계이다. 그러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와 다른 몸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고 탁상공론 대신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시도,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 하에 이루어지는 불평등,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외에까지 뻗어나가는 그 불평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끝내 홀로 태어나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 인간은 다른 인간과 대화하고 화합하며 살아야 한다.

 

자립은 의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존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세상이 장애인용으로 되어 있지 않으니 장애인은 의존할 수 있는 것이 무척 적습니다. 장애인이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의존할 게 부족하기 때문에 자립이 어려운 겁니다. 인간은 약함을 서로 보충하고 의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서 강해졌어요.”

 

의존은 한 인간을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어린 시절 우리가 부모에게 의존하였듯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존은 한 인간이 점점 자라며, 사회가 복잡해지며 귀찮은 것,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본문에서도 말했듯 인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강해질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 의존이, 돌봄이 단지 특정 성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가 그러한 안전망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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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 곽재식의 방구석 달탐사
곽재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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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우리는달에간다 #곽재식 #동아시아

☑️ 보름달을 보면 소원을 비는 사람, 달에 가고 싶은 사람, 밤하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믿음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누군가는 종교를 믿고 누군가는 사람을 믿으며, 누군가는 아무도 믿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믿음을 안전한 곳에 두기도 한다.

보름달이 뜬 밤이면 종종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마음속 깊이 간직한 바람과 소원을 낮게 읊으며. 보름달을 향해 기도하고픈 마음은, 보름달을 향해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무언가를 믿는 마음과 보름달만 보면 두 손을 절로 모으는 마음. 공학박사이자 작가인 곽재식은 이러한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달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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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의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는 달에 대한 인간의 마음과 믿음, 과학과 역사를 한 곳에 정리한 책이다. 달의 기원에서부터 공룡 멸종을 지나 다누리까지. 곽재식 작가는 총 열네 개의 목차(주제)를 통해 달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들여다보고 그와 관련된 일화를 덧붙인다. 달에 대한 인간의 믿음을 기반으로 하여 달까지 가기 위한 여정에 손을 내미는 책. 곽재식 작가는 달에 가기 위한 여정에 그만의 방식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p.62 그렇지만 환한 보름달이 사람을 약간 들뜨게 하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달빛에 특별한 힘은 없다고 해도, 유독 달이 밝아 깊은 밤인데도 주변 풍경이 빛나 보이는 모습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밤하늘 달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기 마련이다.

p.64 심지어 별 이유가 없더라도 사람은 대체로 눈에 띄는 현상들끼리 서로 연결해서 괜히 연관 관계를 만들어 생각하기 좋아한다. 소위 잘못된 인관 관계의 오류라고 하는 것인데, 그냥 밤에 이상한 일을 보았을 때 마침 하늘을 보니 아주 밝은 보름달이 인상적인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면, “혹시 보름달 때문인가?”라고 괜히 생각하게 된다.

🌿✨🌿✨🌿

인간에게 있어 달은 어떤 존재일까. 동그랗고 환하게 뜬 날이면 마음속 깊은 소원을 고백하고 싶은 존재, 바라보면 숨어 있던 광기가 드러나는 존재, 뒷면을 관찰하고 싶은 존재, 또 다른 거처로 두고 싶은 존재,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은 존재.

어둠 속에서 환히 빛나는 달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수많은 환상을 주었다. 덕분에 늑대인간 이야기가 탄생하기도 했고 안압지라 불리던 ‘월지’가 이름을 찾기도 했으며, 루나틱(lunatic)이라는 말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처럼 달은 인간에게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존재하고 영향을 미친다.

달을 향한 인간의 마음을 무엇일까. 인간은 단지 달이 밝기 때문에 달을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어둠 속에서 환히 빛나는 달과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눈. 단지 이것만으로는 그 마음을 다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인간은 달에게서 생명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달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달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기류를 느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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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 허세 (리커버판, 양장)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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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과학허세 #궤도 #동아시아

☑️ 낯선 과학 이론을 짧고 굵게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 일상 속 숨은 과학이 궁금한 사람, 이 새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우리 삶은 과학 속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빅뱅 속에서 우주는 탄생했고 지구라는 별 속에서 인류가, 수많은 생명이 탄생했다.

과학 속에서 태어나 과학과 함께 자란 우리는 교과과정을 통해 '과학' 과목을 배운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누군가는 서른 중반이 넘는 나이 혹은 평생 동안 과학을 공부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상대성이론'을 물어본다거나 우주의 탄생 과정을 가르쳐달라고 하면 머리가 하얘진다. 그토록 오래 배운 과학임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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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궤도의 과학 허세>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과학을 향한 저자의 지식이 짧고 굵게 묻어 있는 책이다. 알코올에서 시작한 과학은 블랙홀을 지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까지 나아가고, 어려운 이론에 책을 덮을 때쯤이면 외계인, 다이어트의 과학과 같은 흥미로운 소재를 던져준다. 궤도의 '과학 궤도' 속에서 독자는 과학의 아주 깊은 면과 유희할 수 있는 영역을 두루 살필 수 있다.

p.84 무슨 방법을 써도 인간 개개인의 영생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초점을 넓게 확대해야 한다. 해답은 유전자에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남기는 유전자 속에서 우리의 흔적은 살아가고 이를 통해 세대에 걸쳐 인류는 영생할 수 있다. 인간은 죽지만 인류는 영원하다.

p.137 길들여지지 않은 동물은 눈에 흰자가 없다. 하지만 사람은 흰자가 눈동자에 대부분을 차지한다. (중략) 흰자가 있다면 멀리서도 상대방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서로 마주 본다는 것도 느낄 수 있고 소통하는 데 눈짓이 굉장히 많이 쓰인다. 눈동자의 방향을 통해 상호 신뢰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

최근 mbti가 유행하며 T는 이성적인 사람, F는 감성적인 사람으로 구분짓는다. 하지만 이성적인 사람에게 감성적인 면이 있듯 과학에게도 감성적인 면이 있다. 과학을 떠올리면 차갑고, 옳고 그름을 따지고, 확실함을 추구하는 것만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과학 속에 존재하는 따뜻함을 찾을 수 있다.

저자가 과학 이론을 일상적인 언어와 상황으로 풀어내는 덕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책. 물론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파트를 읽을 때엔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그가 설명한 얇은 막을 떠올리면 그 이론이 조금은 선명해지는 것도 같다.

문과 성향이 짙은 내게 과학이 가진 따뜻함과 일상, 재치를 알려준 책. 굉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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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한은화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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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아파트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였다. 운동을 하기 위해 걷는 산책로 주변에도, 일을 마치고 오른 퇴근길 버스 창밖에도 아파트가 있었다.

내게 있어 아파트는 한때 동경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대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큰 아파트로 이사한 친척 집을 방문한 후 몰래 울었던 나는 몇 해 지나지 않아 아파트의 비슷함에 질리고 말았다. 모두 같은 형태, 모두 같은 평수. 그런 것들은 나를 질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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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는 서울 어느 한 곳에 한옥을 개조해서 사는 저자의 일대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는 한옥에서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이 서울에서 한옥을 어떻게 얻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p.345 우리는 효율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시대에,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30대 일꾼으로 회사에서 일하며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며 비주류적인 집을 짓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는? 우리의 삶은 넓어졌다고 자평한다. 효율은 때론 또 다른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좁은 삶을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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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한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고, 유현준 건축가는 말했다. 우리나라는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고,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의 크기는 작고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땅에 수많은 인간의 집을 짓기 위해선 더 높이, 더 비슷하게 지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삶은 인간을 덜 행복하게 한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집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다. 오래 됐지만 넓은 마당이 있고 초록색 기와가 뜨겁던 옥상. 그곳에서 나와 언니와 친구는 공간을 만끽하며 뛰어놀았다. 지금도 나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 예전 집보단 좁은 마당이 있는 집이지만 넓은 하늘이 잘 보이는 옥상이 있다. 그곳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오직 그것만으로도 주택에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극도의 효율성과 돈이 되는가의 문제. 행복과 삶에 있어 돈은 중요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조금씩 비어가는 마음속을 효율성 아닌 다른 것으로 채우고 메우기. 이 책은 결국 한옥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세상과 행복을 짓는 방법을 알려주고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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