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 생활자 - 도심 속 다른 집, 다른 삶 짓기
한은화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아파트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였다. 운동을 하기 위해 걷는 산책로 주변에도, 일을 마치고 오른 퇴근길 버스 창밖에도 아파트가 있었다.

내게 있어 아파트는 한때 동경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대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큰 아파트로 이사한 친척 집을 방문한 후 몰래 울었던 나는 몇 해 지나지 않아 아파트의 비슷함에 질리고 말았다. 모두 같은 형태, 모두 같은 평수. 그런 것들은 나를 질리게 했다.

🌿✨🌿✨🌿

<아파트 담장 넘어 도망친 도시생활자>는 서울 어느 한 곳에 한옥을 개조해서 사는 저자의 일대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는 한옥에서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이 서울에서 한옥을 어떻게 얻게 됐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p.345 우리는 효율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시대에,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30대 일꾼으로 회사에서 일하며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며 비주류적인 집을 짓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는? 우리의 삶은 넓어졌다고 자평한다. 효율은 때론 또 다른 가능성을 차단해 버린다. 좁은 삶을 살게 한다.

🌿✨🌿✨🌿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한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고, 유현준 건축가는 말했다. 우리나라는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고, 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의 크기는 작고 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땅에 수많은 인간의 집을 짓기 위해선 더 높이, 더 비슷하게 지을 수밖에 없고 그러한 삶은 인간을 덜 행복하게 한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집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다. 오래 됐지만 넓은 마당이 있고 초록색 기와가 뜨겁던 옥상. 그곳에서 나와 언니와 친구는 공간을 만끽하며 뛰어놀았다. 지금도 나는 주택에서 살고 있다. 예전 집보단 좁은 마당이 있는 집이지만 넓은 하늘이 잘 보이는 옥상이 있다. 그곳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오직 그것만으로도 주택에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극도의 효율성과 돈이 되는가의 문제. 행복과 삶에 있어 돈은 중요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조금씩 비어가는 마음속을 효율성 아닌 다른 것으로 채우고 메우기. 이 책은 결국 한옥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세상과 행복을 짓는 방법을 알려주고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