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 노동의 풍경과 삶의 향기를 담은 내 인생의 문장들
강광석 외 지음, 박지홍.이연희 엮음, 노순택 사진 / 봄날의책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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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회사 대리가 괴롭혀요."

"아가야, 속 좁은 놈들은 별것도 아닝게 무시해버려라잉."

"할머니, 저 회사 그만뒀어요. 인제 어떡해요?"

"아가, 앞으로 돈 벌 날 하고많응게 쪼매 안 벌어도 돼야. 안 굶어 죽는다."

"할머니, 저 이렇게 술 많이 마셔서 어떡해요?"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안 들어갈 날이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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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읽게 된 산문집이다.

 

고등학교 때 뒤늦게 읽기의 즐거움에 눈을 떠(공부하는 게 싫어서?ㅋㅋ)

맨 처음 접했던 정식 산문집이 박완서 산문집이었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깊이까지 이해하기에 어린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재미가 있었는지 매일 한 권씩 엄마를 졸라 사다가 읽었다.

그 때 그 꽂힘?이후로 거의 10여년만에 읽는 정식 산문집이다.

 

그 중 피식 웃음이 새어나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던 구절이다.

약수동 어느 단골 순대국 집을 혼자 드나들던 작가의 이야기인데,

그 집 주인 할머니와의 살가운 대화를 읽고 있자니

삶이란 게, 삶의 아름다움이란 게 이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농민, 노동자, 소설가, 시인, 요리사, 운동가, 학자, 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40명의 엄선된 글과

사진작가 노순택의 사진이 실려 있다.

각기 다른 위치에서 삶의 자리를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같다.

 

"노동과 삶"

그리고 그 삶이 잊혀지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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