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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ㅣ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초록이 가득한 공간, 하얀 벽돌 집 앞에 서 있는 소녀, 저 멀리 있는 소녀는 교실에서 바라는 한 소년. ‘여름의 귤’이라는 제목과 책 표지를 보고는 말랑말랑하고 풋풋한 청소년의 첫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는 맞다. 하지만 말랑말랑한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상실과 그리움, 슬픔을 조금씩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겨나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린 이야기가 담겨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담담해 보이지만, 그래서 한꺼풀 들쳐 보면 와르르 깨질 것 같아 더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했던...
첫 장면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설정,
아무도 몰랐던 비밀 공간의 발견,
중간중간 다른 시점으로 쓰여진 의문의 편지로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 흥미롭고 책 속으로 빠져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타인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형과 부모님이 기억하는 형, 친구가 기억하는 형, 그리고 비밀 친구가 기억하는 형이 모두 다르다. 우리는 타인의 일부분만을 알고 있을 뿐이지만 그것이 전부라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글을 만났다. "타인이 보여주는 모습을 존중하되, 그것이 전부라 단정 짓지 않으면 된다. 좋은 인상을 주었든, 나쁜 이미지로 남든 간에 말이다.(p.243)" 존중하되 단정 짓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숨겨진 비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흥미와 더불어 상실과 기억에 대한 잔잔한 파문을 던지는 책으로 청소년들은 물론 성인들에게도 추천한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이희영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