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걷는 여행 - 정지용·김영랑 시 필사집 - 1930 우리말과 만나다
정지용.김영랑 지음, 이두리 엮음 / 호손재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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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의 특성상 내용이 인용되거나 연상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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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손끝으로 걷는 여행
• 엮은이 : 이두리
• 펴낸곳 : 호손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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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저희 집엔 등사기가 있었습니다.
철필로 글을 써서 끼우고 모기장 같은데다 롤러를 굴려서 꾹 눌러 썼던대로 찍어냅니다.
말하자면 복사기입니다.

고전문학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가 가끔 수업 교재를 찍어낼땐 옛이응, 순경음 비읍 등을 어린 저에게 어깨 너머로 가르쳐 주었고 진짜 우리말이라고 하셨습니다.

글자 모양이 생경했지만 아름다웠습니다.
옛날 조선시대에도 한글을 썼다는게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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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도서는 우리말을 정성들여 가꾸고 이어온 당대 유명한 시인 두 분의 작품집입니다.

때는 1930년대 입니다.
옛 문법과 새 문법이 맞부딪히던 시기이자, 식민지 억압 속에서 우리말이 서서히 없어지던 시대에 시인들은 두갈래로 나뉩니다.

윤동주, 이육사처럼 싸우는 길.
정지용, 김영랑처럼 지키는 길.

전자가 칼을 맞을지언정 드러내어 만천하 떠들석하게 저항하고 외친다면,
후자는 엄혹한 시대에 우리말의 가치를 새겨나가는 조용한 결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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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지용과의 첫만남은 고등학교때 교과서에 실린 '유리창'입니다.
아픈 아들을 떠나보내고 썼다는 얘길 듣고 시를 읽다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시인 김영랑은 따스한 햇살아래 돌담이 속삭이던 기억입니다.
세상의 고운 말만 모으는 재주가 있어 보였습니다.

정지용은 녹여 정제한 언어로
김영랑은 날것 그대로의 언어로
심금을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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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평

해당도서는 필사집입니다.
시 한 수와 나란히 빈종이가 있습니다.

제 눈이 철필입니다.
읽으며 꾸벅 인사드리고,
곱씹으며 또 한 번 인사합니다.

제 손이 등사기 롤러입니다.
손끝으로 전한 시인의 이야기를 눌러쓰며 되뇌입니다.

온고이지신.
옛 단어가 전혀 불편하지 않은건, 그들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백년의 시간이 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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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힘.
남녀노소 강추입니다.
아름다운 옛 단어와 따뜻한 옛 정서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써내려 가다보면 정지용, 김영랑 두 분의 힘이 내 안으로 온전히 스며듭니다.

우리말과 글 속에,
아름다운 운율속에,
민족의 정신과 얼이 서려있습니다.

그 잔인한 억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기어코 살아남은 대한민국의 끈끈한 정서가 울컥함을 불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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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없이 오로지 글맛으로 구성된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시운율이 중요하듯 시각적 측면도 허투루 두지 않은 센스가 돋보입니다. 마치 아트박스에서 맘에 드는 공책을 찾아낸 느낌이랄까요?

인쇄된 글꼴이 단아하고 간결하여 맘에 듭니다.
시의 제목과 필사 줄칸은 민트색으로 선택 하셨네요.

가족들이 너도나도 필사하느라 난리입니다.
아름다운 시를 망칠까 한참이나 염려하고 고민합니다.
은근 집중해서 쓰느라 힘들었다며 혀를 내두릅니다.
모두가 옛글자를 만날때몌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소중한 암호 해독하듯 진지합니다.

취향저격 도서 만들어주신 이두리 작가님과 호손재 출판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온 가족이 즐거운 손끝 여행 다녀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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