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의 특성상 내용이 인용되거나 연상될 수 있습니다.• 제목 : 말테의 수기• 글쓴이 : 라이너 마리아 릴케• 펴낸곳 : 을유문화사....p8중요한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요했다.p24사람은 무릇 기다려야 한다.p72불안 불안.. 또다른 불안들.p157말테야 이 겁쟁이.p171이 세상에 미리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란 없다. 전혀 없다.이 세상의 모든 일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세세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삶과 죽음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작품속 화자인 말테의 일기장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몸도 마음도 부유하는 젊은이의 찰나가 담겼습니다.한 가문의 상징이자 시종장였던 할아버지의 죽음과 더불어 생각나는 많은 이들이 떠나간 장면을 상세히도 서술합니다.사람이 떠나간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어려우니까요.한편, 유달리 병과 죽음을 직면하기 싫어한 인물이 할머니입니다.그녀에게 무엇이 지독하게도 굴었길래 누구든 당신 앞에서는 건강한척 조아리게 만듭니다.결국 그녀가 떠난 후에야 배우자인 할아버지는 기다렸다는듯 죽음의 무대 위에서 독무를 시작합니다...평생동안 스스로 키운 자존심, 의지, 카리스마가 뒤섞인 죽음이라는 괴물.수렵관이던 아버지의 죽음 후 맨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말테. 고향은 그의 눈에 모든 것이 작아져 있었지만 떠나려니 기댈 곳이 없어지는 공허한 아이러니는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독립이 얼마나 어려운 지점인지를 일깨웁니다.연인 아벨로네의 모습.정원에서 책을 낭독하던 말테를 멈추고 답장은 무시한채 아무데나 펼쳐서 읽다가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그녀의 꽃가루 한 줌에 채찍을 맞은듯 화끈거리는 심장이 되어 봅니다.불탄집과 이웃.눈에 보이지않는 그 무엇이 모두를 합친것보다 더 강하다는 무서운 유년시절의 기억.유일하게 꼿꼿했던 엄마의 품...모더니즘 하 몽타주 기법.모호한 기억을 더듬어 선을 이어 그리듯 화자의 시선을 따라 서술이 이어집니다.가독성은 높지 못합니다.문장과 단락 사이의 맥락이 수월히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기하리만치 한장한장 넘기다보면 주인공의 정서에 어렵지않게 스며듭니다. 거리의 부서진 잔해 속 먼지와 곰팡이 속에서도 끈질기게 남아있는 삶의 흔적을 노래하는 작품입니다.수시로 밀려오는 두려움을 이기려고 밤새 앉아 글을 쓰는 주인공과 팍팍한 현실을 각자의 방법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현대인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저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문학을 사랑하는 분들께 살며시 추천해 봅니다.몽타쥬 기법도 특별했지만, 시인 릴케가 궁금했던만큼 그의 자전적 이야기 속에서 진심어린 청년 작가의 시선과 고민을 십분 나눌 수 있었습니다.귀한 서평단 기회를 주신 을유문화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