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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ㅣ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 특성상 책 내용이 포함되거나 내용이 연상될 수 있습니다.
• 제목: 다산
• 저자: 한승원
• 발행: 열림원
• 완독 : 2024년 11월 13일
• 별점 : ★★★★★
• 맘에 드는 문장
"아름다운 이 강산의 풍광은 하늘이 만들었지만.. 깨달은 자의 눈이 새로이 빛나게 해석해야만 우리 강산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선비는, 이세상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가라는 소명을 받고 사업을 하는 자"
.......
다산 정약용.
역사 속 유명한 인물입니다.
애민사상과 공렴의 가치를 삶으로 증명해 보인 꾸준한 구도자입니다.
백성과 세상을 향한 유익하고 바른 사업이 지상 최대 과제였던 선비입니다.
한마디로 멋있는 지식인 입니다.
두 권으로 쓰여진 소설 '다산'은, 정약용의 삶을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묶었습니다.
한승원 작가님의 신출한 필력으로 구절구절 묵직한 문장을 새털처럼 가볍게 독자 품에 안겨줍니다.
때는 조선 정조시절.
젊은 선비들과 백성들 사이에 천주학이 스멀스멀 전파됩니다.
모친 신주를 태우고 결국 목잘린 윤지충은 불쏘시개 역할이었습니다.
다산 형제들은 주자학을 누더기옷에 천주학을 새 비단옷에 견주어 조물주 앞에 모두가 평등하며, 천명이란 주자가 주장하는 본연지성이 아니라 하늘의 명령이라고 명징히 재정의 합니다.
반면 정약용은,
천주학을 일정 부분 비판적으로 걸러 수용합니다.
급기야 천주학에 온몸을 불사른 약종형님과 설전을 벌입니다.
동생이 간곡히 뜯어말려도 천주학 본연의 길을 택한 약종형님이 독자인 저도 야속합니다.
대대손손 피로 얼룩질까 걱정하는 가족의 절규마저 외면한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형제 사이 열등감 때문일까요?
타고난 성품탓에 소외감과 외로움에 흔들려서 옹고집이 된걸까요?
"악을 쓰고 살아배겨라."
온갖 고초를 겪은 형제들 이야기는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결국 셋째형 정약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둘째형 약전과 막내 약용은 멀리멀리 유배길을 떠납니다.
형은 섬으로 동생은 깡시골 구석입니다.
갈랫길에서 얼싸안고 눈물보인 형제는 그길로 다시는 살아서 못만납니다.
정약용.
불세출의 천재, 아내와의 사랑꾼.
유배도 아랑곳없는 불굴의 창작열과 자식에 대한 교육열.
달이 차면 기울듯, 어떤 상황에서도 이면을 보는 통찰력.
타고난 예술성과 섬세한 시적 감수성.
예리한 촉과 분석력을 지닌 명재판관.
주자학과 천주학의 경계에 서 있었던 대학자.
목민심서를 포함한 수백권의 저서, 거중기, 수원화성.
정조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어도,
셋째 형이 뜻을 굽히기만 했어도,
서용보 등의 시기 질투만 없었어도,
조선은 어쩌면 다산 선생님 덕에 많은 부분 공정하고 보다 평등한 나라가 되지 않았을까요? 과학 기술 분야 또한 말할 것도 없구요.
이 세상 모든 진리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편하고 유용하게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다산.
심지어 도둑 강희맹의 아들 향한 가르침을 떠올리는 모습에서는, 세상 모두를 스승 삼는 다산 특유의 겸양의 미덕을 엿볼수 있습니다.
물이 키우고 바람이 날려보내야 비로소 용이 되는 이무기처럼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 거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산 정약용은 여러모로 아까운 인물입니다.
책을 덮어도 여운이 깁니다.
십팔년 세월 지아비의 부재 동안 두물머리 본가를 지키고 굳건히 감내한 아내 홍씨의 눈물이 하염없이 비되어 내리고, 연두빛 머리 강진 처자의 기구한 거문고 가락이 은은한 달빛되어 가뭇없이 날아갑니다.
다산이 속 텅비고 올곧게 살아가는 대나무 같다고 '탁옹'이라 부르며, 지기지우를 나눈 또 다른 거사 초의 스님이 건낸 말로 마지막을 갈음합니다.
좋은책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석가모니에게 불교를, 공맹자에게 유학을, 탁옹 선생에겐 사람을 배웁니다.
그래서 푹 빠져 헤매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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