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의 기원 - 어디에도 없는 고고학 이야기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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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기원 .
푸른 책표지에 앙증맞게 그려진 모자랑 망원경이 시간여행의 준비물 입니다.
이어진 머리말엔 고고학을 쉽고 친절하게 소개하는 저자의 진솔한 면이 돋보입니다.

순서는 먹고 마시고 즐기고 놀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우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나열 했습니다.

구성은 단순합니다.
각 소제목에 맞는 몇가지 아이템을 소개하고, 각각의 기원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예컨데 금강경에도 낙서가 있습니다.
여신을 기다리는 철새(iron bird) 소그드인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납니다.

신라 미학의 정점. 바로 황남대총 금관과 같은 시기에 익살 우스꽝스런 토우가 만들어집니다.
극과 극은 통하나 봅니다.

고양이 이야기도 볼만 합니다.
페르시아의 고양이 방패 작전이 이집트 왕국의 멸망을 가져왔다네요.
외로움의 동반자인 개는 다가와서 부비고 기대며 온기를 나누죠.
반면 고양이는 외로우나 고고합니다.
사람과 같은 처지를 객관화하여 지긋이 관조하는 듯한 자태에 고양이는 숭배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중국제 비단옷을 탐낸 흉노가 그 영향으로 유목민족 특유의 야성과 힘을 잃었고,
파르티아의 실크에 반한 로마는 카레이전투 완패 이후에도 나라 곳간을 탕진합니다.
소프트파워의 기원인데요.
최대의 적은 내부에 있고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어른들의 말씀과 같습니다.

한편 청동거울과 방제경 이야기에선
진품과 짝퉁, 복제와 모방에 담긴 인간의 고매한 욕망을 엿보았습니다.

페스트 퇴치용으로 마늘과 새부리를 단 17세기 최초의 마스크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죽은 사람을 위로하던 마스크가 산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바뀐거죠.
안전과 건강, 그리고 영생을 바라는 건 동서고금을 관통합니다.

저자에게 영감을 준 마일스 데이비스를 플레이하며 책을 마쳤습니다.
책은 가독성이 있고 어렵지 않습니다.
고고학의 매력이 잘 녹아있구요.
전작인 테라 인코그니타, 고고학 여행을 함께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서로 퍼즐이 맞추어지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니까요.

정보가 넘치다 못해 철철 홍수가 난 세상.
양의 발가락뼈를 깍은 주사위를 만들순 없지만, 운명 앞에 과감히 나를 던진 옛사람의 기백은 닮고 싶습니다.
운명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고고학.
그 매력과 재미에 풍덩 빠진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 서평단 지원 도서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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