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김훈 작가님의 산문집이 생각났다. 군더더기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기록한 흔적들.젊은 날에 가지고 있던 온갖 불순물들을 서서히 빼내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실로 나를 둘러싼 세상에는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이 많으며 여전히 나는 그걸 꽉 쥐고 있는가. 알고 있으면서도 지나치는 게 많다. 천천히 이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는 가을날이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에 나오자마자 바로 구입했다. 이 영화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일과 관련하여 ‘시는(예술은) 어떤 의미인가‘, ‘시는 무엇인가‘를 본질적으로 질문하는 영화이다. 만들게 된 과정조차도 고개를 끄덕이며 반성하게 한 이 영화와 각본집을 나는 아마 평생 볼 것이다.
단순히 살인자였던 70대 치매 노인과 그의 딸, 그리고 이들을 노리는 또 다른 살인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가 기막힌 반전으로 끝이 났다. 제목을 자세히 보고, 주인공을 치매 노인으로 설정한 이유를 생각했다면 금방 알았을지도. 수많은 사람을 죽이면서도 ‘죽음’이 가장 두렵다던 병수.사실은 죽음을 뛰어넘어 그걸 인지할 수조차 없는 ‘공(空)’의 상태를 가장 두려워 한 것이다.언타깝게도 병수의 이야기는 공포에 질려가며 ‘공(空)’에 잠식되어 감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