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어머니가 가진 전부였다. 손님들의 말 때문에, 내 공부 때문에, 나를 사립 학교에 보낸 것이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될까 봐, 나를 가르친 일이 아무 쓸모 없는 것이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 P171
언제부터 나는 그들을, 부모님을 닮아가는 것에 끔찍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 것인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큰 상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눈을 뜬 것이다. 바보 같은 소리, 세상이 하루아침에 내 것이 아니게 된 것이 아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을 보며, 더는 그들을 볼 수 없다고 말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점차적으로 내가 그들의 실패작이라고 말하기까지……… 누구의 잘못인가. 모든 것이 그리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데. - P55
나는 그 차이가 돈에서 나온것이라는 생각을 절대 해본 적이 없었다. 청결함 혹은 더러움,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는 취향 혹은 자포자기는 타고난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그들이 술주정뱅이, 콘비프 통조림, 변소 근처에 박힌 못에 걸어 둔 신문을 선택했으며, 그들이 행복하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면, 특히 모든 것이 자리 잡은 소녀에게는 많은 성찰과 독서와 수업이필요하다. - P110
나는 늘 나만 그렇다고 생각해 왔다.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불편해하는 나 같은 여자아이가 또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 P76
술리스 이웃들은 ‘굳이 말 안 해도 알지!‘라는 마음으로 살았다. 할머니는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거센 바람이 부는 바스티오니 성벽에서 바라다보이는 거대한 풍경이 보잘것없는 작은 삶일지라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다. - P22
할머니는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알고 내게 죽음이 두렵다는 말을 하곤 했다. 죽음 그 자체는 잠자리에 들거나 여행하는 것과 같을 테니 별로 두렵지 않았다. 다만 하느님이 화가 나서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많은 아름다움을 주었는데 할머니가 행복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할머니는 정말 미치기를바랐다. 할머니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옥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기 전에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고싶었다. 하느님이 특정한 방식으로 사람을 창조한다면, 할머니에게 타고난 모습과 다르게 행동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 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