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알고 내게 죽음이 두렵다는 말을 하곤 했다. 죽음 그 자체는 잠자리에 들거나 여행하는 것과 같을 테니 별로 두렵지 않았다. 다만 하느님이 화가 나서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많은 아름다움을 주었는데 할머니가 행복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할머니는 정말 미치기를바랐다. 할머니가 건강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옥행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옥으로 가기 전에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고싶었다. 하느님이 특정한 방식으로 사람을 창조한다면, 할머니에게 타고난 모습과 다르게 행동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 P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