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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컬렉션 -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16년 1월
평점 :
#웹툰 파인에서
TvN에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재미있게 보고 있을 때,
난 윤태호 작가의 새로운 웹툰 파인에 빠져있었다.
파인은 1975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대형 보물선이 발견으로 시작하여,
도자기, 도굴, 밀수업, 수집가, 사채업자, 쩐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지지고 볶는 내용이다.
모든 시작은 어떤 회장이 박물관을 하나 가지고자 하면서 시작된다.
웹툰에서 회장이 박물관을 설립하려는 목적은 비록 돈은 벌었지만,
격까지 어떻게든 갖추기 위해서다.
윤태호 작가 참 대단하다.
정말 다양한 소재로 만화를 그린다.
문화재, 도굴, 수집 정말 만화로 접하기 낯선 주제 아닌가?
덕분에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국보, 문화재 등에 대한 궁금증 생겼었다.
수집이라던지,
박물관이라던지 돈 있으면 대충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웹툰 파인에서 나온 수집과 국보는 픽션이지만,
우연히 논픽션, 리얼 수집과 국보 스토리에 대한 책이 하나 들어왔다.
바로,
리 컬렉션.
제목 아래 '호암에서 리움까지, 삼성가의 수집과 국보 탄생기'
#리움 박물관
우리나라 국보, 보물, 문화재는 온통 리움과 호암 박물관에 들어가 있다.
역시 삼성인가.
삼성 정도 돼야 하는 건가 싶다.
보물에 대한 조예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음 이건 돈 많으면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했었다.
사실 앞서 언급한 웹툰 파인을 보면,
이게 단순히 돈으로 해결하는 영역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건 만화니까'하고 넘어갔었는데.
실제 호암, 리움 박물관 수집과 설립 과정을 보고 있자면,
수집은 갈망과 행동력의 영역인 듯하다.
왜냐하면 이렇다.
한국 미술품은 등급에 따라,
국보, 보물, 문화재, 지방문화재 순으로 있다고 한다.
수집과 박물관 설립이 이미 국보로 지정된 것을 돈으로 사는 작업이라면야,
부의 영역이긴 할 텐데.
책을 읽다 보면,
내 편견과 달리 등급이 없는 것을 찾아내서,
국보 등급을 받아내는 작업도 많다.
마치,
주식으로 비유하면 저평가 가치주를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었다.
이런 관점으로 문화재 수집을 보면,
탐구와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워런 버핏에게,
'이야 당신 돈 많으니 당연히 주식을 잘하겠어'라고만 말하지 않듯이 말이다.
버핏의 주식에 대한 안목,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하는 안목을 경탄하듯,
수집 또한 마찬가지요.
다양한 주식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듯,
수집품을 모아 높으면 박물관이 되는 것이다.
#백자로 본 삼국
책 소개된 문화재는 다양하다.
도자기, 그림, 조각, 병풍, 금관, 검 등.
나는 도자기 쪽을 관심 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웹툰 파인에서 중심이 되는 문화재가 도자기요,
이 보물선에서 도자기 꺼내기가 중심으로 사건이기 때문이다.
도자기야말로 삼국의 정서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중국의 도자기는 숨이 벅차다.
조선 후기로 가서야 만들어지는 일본 도자기는 기교를 가득 담고 있다.
중국은 완벽주의,
일본은 탐미주의라면 우리는 자연주의다.
중국인이 볼 때,
조선백자는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다.
손을 대고 싶어도 손을 볼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게 완벽과는 거리가 멀어서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 보자면,
조선백자는 막걸리 걸친 노인네 품새다.
자로 반듯이 직선을 그어야 직성이 풀리는 일본인이 볼 때,
달항아리는 불가사의 그 자체다.
-페이지101-
이 순백자 달항아리는 조선 선비문화의 자존심이라고 한다.
1935년경의 일이다.
당시는 일본인이 설치던 때라서 백자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상대적으로 청자에 대한 관심과 기호가 커서 일본인들은 고려청자를 독식하며 백자의 여러 배 값을 주고 거래를 주도했다.
당시 기와집 한 채 값이면 좋은 백자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었는데,
좋은 청자는 보통 그 다섯 배 이상을 치러야 했다.
-페이지 156-
당시로서는 쾌 높은 값인 1천 원을 불렀다.
김수명은 차명호에게 세상이 바뀌면 나라의 보물이 될지도 모를 병이라고 토를 달았고,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1991년 1월 25일 국보 제258호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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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행하던 청자 값의 몇분지 일도 안 되는 값에 인수한 병이 국보로 승격되었으니,
참 세상사 모를 일이다.
-페이지156-
#백자청화
종교적으로 청자는 불교에 바탕을 두고 있었던 반면,
백자는 실용을 중시하던 조선의 유학사상과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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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백자는 같은 무게의 금값을 훌쩍 뛰어넘는 아랍산 특급의 푸른 안료를 써서 만든 최상급 백자로,
이 부류는 원래 서아시아에 근원을 두고 있는 청화 채색 기법을 중국에서 수출용으로 새롭게 개발해 크게 히트를 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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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에서는 무늬나 색을 넣지 않은 흰 바탕의 순백자를 으뜸으로 쳤다.
그래서 왕은 순백자 기물을,
왕세자는 청화백자를 사용하도록 의궤에 정해져 있었다.
-페이지122-
#아, 청자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이기도 했다.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 군대는 굴러다니는 조선 막사발에도 사족을 못 썼다.
당시 일본 귀족들 간에는 다도(茶道)가 유행했는데 정작 다기(茶器)는 한국 중국에서 수입했다.
그러니 도자기 본토에서 만난 조선 그릇이 얼마나 귀하고 반가웠을까.
그 제조기술을 확보하려고 닥치는 대로 잡아간 도공이 1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쪽의 씨를 말리고 잡아간 도공들이 일본에 비로소 도자기라는 걸 만들어 보급하고 그 후 꽃을 피웠다.
-[전호림 칼럼] 도자기 왕국 명성 되찾은 열정 부부 중-
국사시간에 한 번 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나라 고려청자의 기술은 최고였으나,
임진왜란 때 장인들이 다 끌려가 명맥이 없어졌다는 얘기 말이다.
일본인의 청자 집착은 일제강점기에도 나타났다.
일본인들이 독식하다 보니 기와집 다섯 채 값으로 거래되기도 했단다.
도대체 청자가 정확히 뭐길래?
청자라 하면,
철분이 조금 들어 있는 태토 위에 무늬를 새긴 뒤,
장석유를 발라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를 말한다.
태토에 섞인 철 성분이 가마 속의 고온과 접촉하면 푸른 물빛을 머금은 청자색이 되는데,
이 색이 소위 말하는 비색이다.
고급 청자는 고온의 환원염에서 구워져 청록색을 띠지만,
더러는 저온의 산화염에서 제작되어 황색을 지니기도 한다.
같은 고려청자라고 할지라도 후대로 갈수록 청자의 색이 탁해지는 것도 큰 특징이다.
-페이지 215-
#역사와 문화재
외국에 나가면 그렇게 박물관에 가보려고 애쓰는데,
정작 국내에 있는 박물관을 거의 가질 않았다.
가도 그냥 휙휙 문화재 배경 스토리를 읽어볼 생각도 안 했었고.
호암과 리움 박물관의 뒷얘기를 보니,
박물관이라도 한 번 가볼까라는 생각도 든다.
스토리를 알면 전경이 달라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