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 인간과 기계의 미래 생태계
케빈 켈리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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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두껍다.
1000 페이지 짜리 책이다.
두꺼워서 라면 받침대로 쓰지도 못하겠다.
도대체 어떤 얘기를 이렇게 하염없이 썼을까?
책은 태어나는 것(생물)과 만들어지는 것(인공)의 교집합 영역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얘기할 기세다.
그 교집합이란 뭘까.
간단한 예가 인간 멸망까지 가게 했던 터미네이터의 스카이웍스 인공지능,
혹은 인간은 배터리 삼아 작동하는 매트릭스,
그가 사랑했던 인공지능 Her.
이 영화 속 얘기들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는 책이다.
만들어진 것인 컴퓨터 프로그램에,
태어나는 것 고유의 뇌를 합쳐 만든 것이다.
이를 시스템 규모로 -자연계와 인공계로- 확장하면,
비비시스템(Vivisystem)이라고 명명한다.
저자도 이 책을 한 줄로 이렇게 설명한다.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

이 비비시스템을 다른 말로 하면 복잡 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라고도 한다.

자,
이 두껍디두꺼운 책을 왜 읽게 되었을까.
복잡 적응계라고 하는 모호한 이름만 들으면 우리네 인생과 상관없어 보인다.
복잡 적응계의 대표적인 게 금융 시장이라고 한다면,
'아하'라고 외치게 된다.
주식 시장을 마치 생태계로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틀린 말도 아니다.
만들어진 것(주식 시장)이 태어나는 것(생물적인) 특성을 가진 곳 아닌가.
책은 두껍지만,
각 장이 하나의 완결된 소책자 개념이다.
총 24개의 흥미로운 주제가 있지만,
한눈에 반한 장은 역시 22장 '예측 기계'다.
대표적인 복잡계 시스템인 금융시장을 예측하려는 자들의 노력!
가지고 싶다 '예측 기계'
주식 시장에서 단 1분 앞만 예측해도 로또도 안 부러우리.

#예측 기계

예측이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명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헤지펀드의 시스템 트레이딩같이 금융시장을 예측하는 기법의 이론적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먹물'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막연히 귀납적으로 생각했던 시스템트레이딩을 연역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기회를 주었다.
우선,
이 책의 큰 주제인 복잡 적응계,
비비시스템을 연구하는 복잡성 과학의 기본 전제는,
복잡 적응계가 자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는 이른바 자기 조직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조직화에 의해 단순한 구성을 요소를 모아놓은 전체 구조에서 새로운 특성이나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창발이라고 하고 말이다.
창발은 복잡성 과학의 기본 주제다.
쉽게 말하면,
새 떼, 개미 떼, 벌 떼가 단순한 구성을 요소를 모아 전체 구조가 되는 것이다.
벌떼는 벌 한 마리, 한 마리의 특성 합과는 다르다.
벌 떼는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도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 결정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공간이데,
전체 구조에서 창발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중,
예측 기계 장은 금융시장을 비비드 시스템으로 정의하여,
제어 -예측도 제어 영역의 일종-를 하려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이다.

정의상 비비시스템 -사자, 주식 시장, 진화 개체군, 지능-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비비시스템은 모든 부분이 원인이자 결과가 되는 혼란스럽고 회귀적인 인과성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대문에,
시스템 일부를 가지고 일반적인 선형적 외삽법을 써서 미래로 연장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체 시스템은 미래에 대해 대략적인 추측을 할 수 있는 분산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말인즉슨,
혼란의 소용돌이일지라도 아주 국지적인 부분에서 아주 살짝 패턴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이 정도라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작은 흔적을 찾는 것조차 어렵다.
왜냐하면,
이 혼돈의 중심에는 카오스 이론이 있기 때문이다.

복잡성에는 고유한 복잡성과 겉보기 복잡성의 두 종류가 있다.
고유한 복잡성은 카오스계의 '진짜' 복잡성이다. 이것은 캄캄한 예측 불가능성을 낳는다.
다른 종류의 복잡성은 카오스의 이면으로,
이용 가능한 질서를 흐릿하게 가리고 있는 겉보기 복잡성이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같은 헤지펀드는 결국
금융시장의 카오스계의 두 가지 형태 복잡성 중,
겉보기 복잡성은 높지만 진짜 복잡성이 여전히 낮은 구간을 찾는 것이다.
시스템 없이도 돈 잘 버는 트레이더들이 있다.
그들의 직관도 이런 복잡성을 국지적으로 예측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주식시장의 초기 '예측기계' 논리를 적용한 것이 차트 분석 기법일 것이다.
차트는 대부분 일차 방정식 관점에서 분석한다.
물론 차원은 조금 높일 순 있지만,
이 이상 되면 사람 눈으로는 인지하기 힘든 세계다.
인간의 눈으로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예측 기계, 통계 금융공학 레이더로 찾는 것은 아마 적외선, 자외선 구간까지 탐색하는 것이다.
이 기계에 대한 성공을 맹신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책으로 우리의 직관이라는 부분이 상당 부분 카오스계의 국지적인 예측이라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즉,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곳은 같은 차트라도 훨씬 높은 차원으로 끌고 분석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영화들이 떠오르게 된다.
인간적인 기계, 기계적인 인간에 관한 거의 대부분 얘기를 다룬다.
루시, 헐(Her), 매트릭스, 엑스마키나, 터미네이터 등.
앞으로 다가올 미래이기도 하다.
책이 다루는 현실 세계는 사실적 마술주의같은 느낌마저 들다 보니,
허구라는 것을 알고 보는 영화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내가 따뜻한 침대에서 자고 있을 동안,
지구 반대편 세계에서는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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