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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생물학, 진화생물학.
온라인서점에서 가장 빈번히 들리는 카테고리다.
인간은 역사 이전에는 생물학의 호모 사피엔스 테두리에 갇혀있다가,
어느 순간,
생물학의 구석에 있던 호모사피엔스가 인간으로 역사, 정치, 사회학 다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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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사회를 인지하는 렌즈의 가장 하부 구조에는 생물학이 있다.
마르크스가 유물사관 입장에서 본 인간사회는 하부구조가 경제,
그 위에 정치, 문화라는 상부구조로 바라보았다면,
난 가장 밑바닥에 생물학.
특히,
진화생물학을 깔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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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후배 있는 술자리에서 개폼 잡고 싶어서 하는 소리를 풀어보자면 이렇다.
컴퓨터 키보드는 종류가 무척 많다.
모양도 제 각각이요.
입력부 구조에 따라 기계식, 멘프레임 방식,
최근 애플에서 나온 버터플레이 구조 등 다양하다.
하지만,
왼손 집게 손가락이 닿는 부분 상단은 늘 ‘QWERTY’가 있다.
쿼티(QWERTY) 방식 자판기 모두 알다시피 효율적이지 않다.
글자가 박힌 쇠막대기들이 종이에 헤딩하는 옛방식의 타자기가 얽히지 않도록 속도 제어를 위해 일부러 비효율적으로 만들었다.
현대의 키보드는 그런 문제가 없지만 여전히 쿼티를 고집한다.
내가 생각하는 생물학-진화생물학은 퀀티 자판기다.
그래서 정치, 사회, 문화 관련 책보다는,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생물학 종으로 풀어주는 생물학이 사람에 대한 직관과 통찰을 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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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끼 이사람이 21세기에 사람이 문명 수준, 과학 수준은 그것을 넘어섰네!’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금융시장을 참여하다보면,
여전히 호모 사피엔스는 커녕 뇌 속 깊숙히 박혀 있는 도마뱀의 신경회로망대로 움직이는 나를 보게 된다.
차라리 금융인으로서 나 보다는 호모 사피엔스로서 나를 돌아보는 게….
갑자기 눈물이 나네.
‘The sonjul is always right’라고 잘난척 하며 세련된 금융 전문가인 척 하고 다녔는데,
이번 달에는 도마뱀의 신경회로망에 이끌려 손절 타이밍 제대로 놓쳐 버린게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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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1부 인지혁명편은 Homo sapiens가 Mankind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 핵심엔 인지혁명이 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세 가지 혁명,
인지 혁명, 농업 혁명, 과학 혁명 중 가장 흥미롭니다.
다른 두 혁명 어디서 조각이라도 들어봤지만,
인지 혁명은 내 기준에서는 관점의 전환이다.
동시대 6종의 인간이 있었다.
백인, 흑인, 황인 수준의 분류가 아닌,
개와 늑대, 북극곰과 곰처럼 같아 보이지만 종이 다른 인간.
지금은 현인류 호모사피엔스만 있으니,
무슨 뜻이겠나.
지구상 최대 인종 말살이 된 것이다.
그 원동력은 호모 사피엔스종의 인지 혁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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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150명 정도의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던바의 수 혹은 던바의 써클이라고 한다.
그 이상이 되면 사람의 뇌가 감당하기 힘들다.
150명 이란 수는 서로 수다, 이야기, 잡담을 통해 형성할 수 있는 한계다.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매우 유의미한 행동이라는 거다.
근데 150명이 훌쩍 넘는 군대, 국가 단위로 움직이게 된 계기가 뭘까?
호모 사피엔스종이 다른 종을 누르고 현 인류가 된 계기이기도 하다.
상상의 허구,
가상의 질서를 통한 공통 기억이다.
대표적으로 신화, 전설이다.
신화와 전설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은 한 명, 한 명을 가르치지 않아도 공통의 기억이 있고,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몇 천, 몇 만이 되어도 말이다.
마치 현재의 회사 법인 처럼.
소속된 사람은 공통의 목표가 있으며,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프레임을 가지고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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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도 역사도 없는 이 시기에 인지혁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풀어내는 저자의 추론이 상당히 설득력있다.
이후 농업 혁명과 과학 혁명 편도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 1장 인지 혁명이 가장 기존 지식을 흔들어 놓았고,
더 나아가 수렵채집인의 유전자가 현재 인류의 행동에 질기게 영향을 끼치는구나 생각에,
눈에 보이지 않는 이중나선(DNA)에 다시 한 번 경이를 표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