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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로 가는 마지막 기차 ㅣ 책고래마을 58
정임조 지음, 박성은 그림 / 책고래 / 2024년 12월
평점 :

백 년을 하루처럼 묵묵히 달려온 기차의
특별한 마지막 하루
신경주 역이 개통되면서 동해선 기차 노선 중에서 몇몇 역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중에는 불국사 역도 있었지요. 불국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오가는 사람이 많았던 불국사
역이 폐역되면서 사람들은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불국사 역은 불국사이자 경주이자 신라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거든요. 기차는 2022년 겨울에 멈추었고,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게 되었습니다.
책고래마을 신간 신라로 가는 마지막 기차는 불국사 역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신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잠들어 있는 불국사를 새롭게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이예요.
이 책을 읽고 나면 불국사가 더 궁금해질 거예요. 마음씨 따뜻한 돌사자, 꽃돌방석, 운종, 황금돼지를 보러 불국사에 찾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신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대하는 마음도 달라질 집니다.
2년 전 겨울방학에 경주여행을 다녀왔었는데, 신라시대의 문화와 유물을 보면서 역사를 공부를 했었어요. 이 책을 보면서 추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 같아요.
신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아이들과 만나봅니다.
별빛이 하나둘 사그라들고 숲 건너 절 마당에 첫새벽이 찾아왔어요.
다보탑에 앉아 있던 돌사자와 석가탑 바닥에 앉아 있던 돌방석과 극락전 처마 밑에 숨어 있던 황금돼지와 마당 귀퉁이에 달려 있던 구름종은 까치걸음으로 대문을 나섰어요.
내일이면 오지 않을 마지막 기차를 타러 가는 길에요.
연꽃나라 역 마당에서는 백 살 된 참나무가 기차표를 나누어 주었어요.
“내일부터는 기차를 못 보게 되어 서운하겠구나.”
돌사자가 참나무 가지를 매만지며 위로합니다.
멀리서 첫차가 달려오고 돌사자와 돌방석과 황금돼지와 구름종은 사람들과 함께 기차에 올랐어요.
기차는 늘 그래왔듯 기운차게 산길을 달렸습니다.
오랜 세월을 달려온 기차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어요.
할머니와 여행하는 어린아이, 엄마 등에 업힌 아기,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요.
" 백 년 동안 고생했어. 기차야."
"너를 잊지 못 할 거야."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담아 기차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백 년동안 달려온 기차를 위해 부처님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
해가 저물고 마침내 기차가 운행을 멈추었어요.
돌사자는 다보탑 위로 올라가고, 황금돼지는 극락전 현판 뒤로 숨고,
돌방석은 석가탑 바닥에 앉고, 구름종은 천장에 매달렸어요.
부처님의 선물, 새하얀 눈송이가 기차 위에, 기찻길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어요.
기차는 멈추었지만 기차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마지막’이라는 말은 꼭 끝을 의미하진 않아요. 아쉬운 헤어짐 뒤에 설렘 가득한 만남이 찾아오기도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지 않아요. 오래도록 해 오던 일을 갑작스럽게 마무리해야 할 때도 있고,
끝난 줄 알았던 일이 다시 시작되기도 하지요.
신라로 가는 기차는 작별의 아쉬움을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을 전합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신라로 가는 기차의 마지막 하루를 함께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불국사 역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국사를 돌아보게 하고,
이번 겨울 방학에는 돌사자, 꽃돌방석, 운종, 황금돼지를 만나러 불국사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