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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소년 ㅣ 피카 그림책 12
니콜라 디가르드 지음, 케라스코에트 그림, 박재연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4년 2월
평점 :

나는요, 발이 시꺼멓게 돼도 겁내지 않고
불 위를 뛰어넘고 싶어요.
구깃구깃해지는 대신 푸릇푸릇한 멍이 들고 싶어요.
빗속에서도 우글쭈글해지지 않고 신나게 놀고 싶어요!
《종이 소년》은 사회적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고, 야유당하고, 밀려나는 작은 존재들을 겨냥한 무리의 괴롭힘을 꼬집는 작품이이에요.
종이로 만들어진 아이, ‘종이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따돌림 문제와 외로움에 빠진 아이의 상처를 다룬 그림책이에요.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 종이 소년의 성장담은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와 깊은 감동을 줍니다.
종이 소년의 성장담은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을 연약함을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함으로 만들어 주고, 어둡고 축축했던 회색의 나날에서 무지갯빛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이 책에 그림은 맑고 투명한 수채와 잉크 펜을 사용해 따돌림을 당해 짓눌리는 상황 속에서 힘든 마음을 안고 사는 연약한 이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어요.
종이 위에 은은히 번져 가는 수채화 속에는 종이 소년이 느끼는 억압과 공포가 담긴 붉은색,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짙고 어두운 회색,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장면에선 푸르른 녹색으로 교차하는 감정을 표현했어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보이는 세심한 표현들은 극적인 감동을 전해줍니다.
쉽게 찢어지고 구겨지는 종이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따돌림과 외로움 깊이 생각해 볼 수있는 그림책입니다. 종이 소년이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며 용기와 성장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됩니다.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인 종이 소년
연약한 영혼을 가진 우리 모두의 이야기
다른 아이들은 종이로 만들어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아이들은 나를 날려 버리기 위해 바람을 후 불거나, 나를 찢어 버리겠다고 겁을 주기도해.
아이들은 내가 너무 약해빠졌다고들 해.
세상은 강한 사람만 좋아한다고 하고.
외로움의 한가운데 선 종이 소년은 슬픔과 수치심에 마음의 짐이 점점 커지게 되지요.
작가는 불행한 상황에 짓눌린 친구들, 외로움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친구들과 연약한 영혼들을 위해 종이로 만들어진 아이, 종이 소년을 만들었어요.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설정이지만 연약한 마음을 쉽게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어요.
무리에 섞이지 못해 긴장하고, 친구들의 놀림에 의기소침해지고, 혼자여도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며 이불 끝을 잡고 울던 날. 우리는 모두 가장 연약한 그 한때를 돌아보게 합니다.

용기를 내서 힘든 마음을 엄마한테 털어놓지만, 엄마는 나에게 “네 모습 그대로 널 사랑한다”고 얘기합니다. 종이 소년은 그런 엄마의 말에 더 큰 상처를 받게 됩니다.
피와 살을 가진 엄마의 말은 종이로 만들어진 소년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아요.
다른 아이들처럼 되고 싶어요!
다른 아이들처럼 불 위를 뛰어넘고, 구깃구깃해지는 대신 푸릇푸릇한 멍이 들고 싶어해요.
빗속에서도 우글쭈글해지지 않고 신나게 놀고 싶어요.
이 세상에서 종이 소년을 이해해 주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서러워진 종이 소년은 집 밖을 뛰쳐나와 숲 끝까지 달립니다.
한참을 달리다 나를 이해해 주는 건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나무들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단한 나무와 다르게 나는 유연해서 내 몸을 접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종이접기 하듯 몸을 구부리고 접다 보니 늑대가 되었어요.
늑대가 되자 아주 작은 소리도, 냄새도 섬세하게 느낄 수 있어요.
원숭이처럼 내 몸을 접어 자유롭게 나뭇가지 사이를 뛰어다니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거대한 용이 되어 친구들, 선생님, 소방관들까지 깜짝놀라게 합니다.
타인의 말과 시선에서 벗어나 마침내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찾게되지요.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한 굳은살을 가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성장통을 앓아야 할까요?
나만이 가진 특별함을 발견해주는 동화책이에요.
슬픔과 외로움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 종이 소년은
이제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한 내가 되었어요.
억압된 존재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된 종이 소년을 통해 해방감을 느끼고, 어둡고 축축했던 회색의 나날에서 무지갯빛 내일을 기대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와 모습은 달라도 어쩌면 우리의 마음속엔 ‘종이 소년’이 한 명씩 살고 있을 거에요.
종이 소년이 보여준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내안에 숨겨있던 종이 소녀에게 큰 선물이 되었어요.
우리 마음 안에 숨겨있는 종이 소년, 소녀에게 희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