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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평점 :
세상이 삭막하다고 느끼는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고 느낄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것을 나에게서 느껴 놀랄 때도 있었다. 호의를 불신으로 여겨 오해로 이어질 뻔 한 일들이 가끔 있었는데, 한마디로 의심이 커져만 갔다는 거다.
이 책은, 우리들의 좁은 속을 비집고 들어와 차지한 ‘불신시대’를 태산이의 눈높이에서 말해주고 있었다. 떡집 아저씨 아줌마의 도움과 처음 보는 오촌아저씨의 등장은 더 이상 태산에게 호의로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그들의 행동이 태산의 처지를 돕기 위해서라 해도, 그들의 호의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해 묻혀 태산을 곤란에 빠뜨린다. 바로 태산이가 옥상에서 내 던진 ‘돈’이다.
우리가 흔히, 어떤 사람에 대해 평가를 한다고 가정을 한다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사람은 착해, 좋은 사람이야.” “그 사람은 나빠, 믿을 수 없는 사람이야.” 그러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러한 평가가 그 사람을 단정 지을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떡집 아줌마와 아저씨, 그리고 오촌아저씨를 믿지 못하는 태산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나도 이러한 적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어른이라는 이름표 아래 자신보다도 어리고 작은 아이들의 피와 영양분을 빼앗아가는 거인들이 너무나 많다. 태산이가 부딪힌 문제는 이 책의 제목처럼 ‘네버엔딩 스토리’임이 분명하다. 이 소설이 열린 결말로 되어있어 우리에게 태산이의 출생비밀을 상상에 맡기게 하는 것도 책의 제목을 추리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부분을 살펴보려 한다.
떡집 아저씨 아줌마와 서로 도우며 살아갔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태산이는 그 두 부부를 ‘선’으로 인식한다면, 아버지의 죽음으로 갑자기 나타난 오촌아저씨에 태산이는 그를 ‘악’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는 ‘태산’이라는 인물에게 각자 다른 방법으로 개입했기 때문에 그 방법의 차이를 태산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누가 도움을 주는 사람인지, 누가 나쁜 사람인지를 결정짓게 한다. 그러니 태산이가 내리는 오촌아저씨와 떡집 부부에 대한 판단력은 불확실한 정보라는 것이다. 이처럼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주관적이기 때문에 끝이 없다. 이런 상황에 서 있는 태산에게 그저 두 인물은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장애물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 미궁으로만 빠지고 끝이 없는 의견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더 우중충해져만 가는 주변인들의 관심과 세상에서 혼자가 되어버린 태산에게 해리 미용실은 돌파구다. 그 돌파구로 직진한 태산이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 많은 걸 떠올리게 한다. 사고로 인해 치명적인 기억에 오류를 겪는 남겨진 자들, 가까운 이의 죽음에도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남겨진 자들. 각자 이유와 원인은 다르더라도, 남겨진 자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사고라는 사건은, 과거에 일어났던- 누렇게 변색한 사진이라면 남겨진 자들에게 사고라는 사건은, 그때의 장면을 일그러짐 없이 담아낸- 그래서 슬픈 사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