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아빠애인 열다섯 아빠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2
이근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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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연애의 차이점은, 결혼은 생활이 중심이고 연애는 사랑 없이는 정말로 할 수 없다는 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아빠의 옛 애인의 집에서 산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게 느껴진다. 아빠의 애인이었던 여자의 집에 아빠의 딸인 내가 같이 산다...... 주인공인 문영이가 지서영이라는 라디오 디제이와 몇 주 동안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그동안에 문영이가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게 낫다. 아이들은 아이들로서의 고민이 있는 것이고 어른은 어른들로서의 나름의 고민이 있다. 부모와 자녀와의 충돌, 나이와 거리가 조금 있는 사람들 간의 충돌은 아직도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무슨 충돌이 일어나든 간에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배려’가 아닐까. 상대는 어른이니까, 혹은 청소년이니까 내가 상대의 눈높이로 혹은 이해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어른의 눈높이를 맞춰간다는 것은 어렵지만 만약 내가 ‘어른’이라는 가정하에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영화를 보다가도 간혹 화가 나는 장면이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당부하는 장면에서 ‘잘할 수 있지? 잘할 거라 믿어.’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왜 항상 어른들은 자녀, 혹은 청소년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 대답으로 단정 짓는 것일까. 몇 초 만의 간격으로 생각할 시간만 주었더라면 우리는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소설에 나오는 문영의 아빠도 그렇다. 아이의 처지에서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이끌어가다 보니 문영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이 책에서 놀랐던 점은 10대 청소년의 심리가 정확히 잘 반영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몇 년 후면 성인이 될 테지만 남은 기간 동안 참지 못하고 끓어올라오는 욕구들. 십 대에만 느끼고, 가질 수 있는 욕구, 생각. 하지만 아직은 미성숙하고,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우린 아직 하지 못하는 것들이 참 많다. 소설에 나오는 문영의 친구들이 어른처럼 화장하고 나이트클럽에 들어서는 장면을 보고 조금 웃었다. 뉴스, 혹은 드라마.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에선 아직 익숙하지 않고 자극적인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에 다가가야 하는 선이 불분명해지는 때가 청소년이라고 생각한다. 선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확히 보이지 않는.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무엇일까 하며 고민도 하게 되는 시기. 그때 옳은 곳으로 끓어다 주는 사람, 즉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청소년보다는 경험, 지식이 많은 어른이 충분히 우리에게 충고해줄 수도 있고 도와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끔은 쓴소리도 하지만 그만큼의 사랑도 줄 수 있는 어른.

사춘기와 사추기. 말의 한끝 차이지만 같은 고민으로 뭉치는 그들은 나이를 떠나 ‘친구’같은 사이가 된다. 지제이와 문영. 한 사람에겐 옛 애인. 한 사람에겐 아빠.

질풍노도의 시기이면서도 알고 보면 단순한 청소년. 마흔으로 넘어가기 전, 아슬아슬한 끝에 서 있는 서른아홉.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조선 시대 때에는 여든다섯의 나이로 과거에 합격한 선비도 계시는데 21세기의 우리는 앞으로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 걸까? 100세 시대가 곧 열리는 시점, 마당에 열다섯과 서른아홉이 가지는 고민이란 아무것도 아닐지도. 하루에 한 개씩 고민이 생성돼서 미칠 것 같은 나도 항상 그 앞을 바라보며 걷는 중이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사람은 한 방향으로만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가다가 왼쪽으로 꺾을 수도 있고 지하로 내려갈 수도 있고 혹은 우주로 가는 길을 개척에 위로 튀어 오를 수도 있다. 안개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할 것 같다면 갤 때까지 쉬는 것도 ‘일’이다.

주변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안절부절못절하거나 늦어진다는 생각에 초조해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한번 쉬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 더 늦는 게 아니냐고 묻겠지만 사실 쉬는 것만큼 빨리 답, 길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 테니까. 안개가 걷히기도 전에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뛰기만 하면 어쩌다 도랑에 빠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걸 알고서도 걷는 사람이 오히려 어리석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푹 쉬다 보면 길이 보이고 그 길이 내가 걸어야 할, 개척할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까.

문영에게 지제이와 함께 했던 날은 안개가 걷힐 때까지 쉬어다 간 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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