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클럽연대기 - 조용한 우리들의 인생 1963~2019
고원정 지음 / 파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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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 클럽 연대기

 

창밖에 바람이 분다. 저 바람은 수많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까? 그 시절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저렇게도 부는 것일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유신시대의 젊은 날의 청춘을 간직한 샛별 클럽의 친구들도 저 부는 바람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를 불러내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언제나 이러한 책들은 시대의 아픔과 슬픔을 인물 적 묘사의 생생함과 더불어서 이야기를 꾸려낸다. 때로는 이야기의 구성요소에서 단지 소설이나 허구가 아니라, 너무나도 사실적인 이야기로 들려온다. 아니 분명한 사실일 수 있다. 반면에 이 무거운 이야기가 부담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이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볼 때도 그런 양면성을 느낀다.

 

산산이 부서진 꿈과 사랑 그리고 우정은 유신시대를 겪은 청소년들의 시대의 아픔일까? 작가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얽히고설킨 친구들의 야망과 우정을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 나온 주인공인 문인호가 싫다. 박하사탕의 주인공처럼 무기력하고 우유부단하며, 어쩌면 기회주의자이기도 한 그런 모습에 치가 떨린다. 차라리 변화무쌍하고 야비한 광도나 윤태와 같은 사람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미혜를 짝사랑한다는 이유로 그가 그토록 좋아하고 존경했던 친구 요섭이까지 배신하는 결과는 반전이 아니라, 예상한 그대로였다.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대답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서슬이 퍼런 군사정권의 시대의 사람들이 아닐지라도, 마치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사회의 부패와 폭력과 부당함은 존재한다. 나라는 존재가 그 이야기의 주체이든 아니든 간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샛별 클럽의 운동장에서 홀로 서 있는 주인공 문인호가 아니라, 세상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당당한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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