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 일본군 강제징용자
김용필 지음 / 자연과인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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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

 

일제 36년 동안 1,000만 명이 강제 징용되었고, 그중 400만 명의 조선인 청장년들이 돌아오고 600만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일제 강점기에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인간의 삶을 포기하며, 죽임을 당했는지 몰랐다. 나의 외조부 또한 일제 강점기 징집을 당하였고, 일본 관동군으로 중국에서 활동하였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양쯔강 근처에서 심한 병이 들어서 약 1년 동안 병원에 있게 되었고 그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조선인들은 일제의 총받이에 불과하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었다. 결국, 중국의 공산당 혁명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팔로군도 일제 강점기의 저항의 상징이었나? 거기에 수많은 독립군과 만주군들이 합세한 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결기였나? 아니면 아름다운 국토와 그들의 낙원을 건설하려는 이상이었나? 무엇이든 간에 태평양전쟁이 동아시아의 역사를 바꾸고 지금의 틀을 만든 것이라 분명히 확신한다.

 

유순옥과 한문선

 

그녀들은 꽃다운 청춘을 무참히 짓밟힌 영혼들이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고향이 있어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았다. 전쟁은 언제나 약한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고, 그들의 삶을 갈아버린다. 주변에서 가끔은 얼마나 지난 이야기인데 그만 좀 하지.”라는 말을 들을 때, 타향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을 당한 여성들의 마음을 백 분의 일이라도 아니 만분의 일이라도 공감한다면 그저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 나라를 잃은 자들이 겪어야 할 비참함에 후손인 내가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다시 돌아올 청춘은 아니건만, 그래도 멀쩡히 살아가는 내 모습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홍사익과 이상우

 

점범이 아닌 전범이 된 조선인들. 가족과 고향을 지키려고 했던 삶이 오히려 적의 수장으로 살게 되는 운명이 있는가? 하물며, 전쟁터에서 원치 않은 조선인들과 독립군들과 전쟁을 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그들에게 찢어지는 아픔을 주었으리라. 그 시절 남들보다 조금 배웠다는 이유로 적의 수장이 되어 총칼을 내 형제에게 겨누었던 사람들은 전범일까? 아닐까? 대답은 우리들의 몫이다. 그들을 일제 앞잡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고, 억울한 희생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대답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일본의 한 도시의 전쟁영웅이 방화로 인해 죽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의 죽음은 누가 의도한 살해였는가? 아니면 우연한 사건이었나? 이야기 속으로 많은 분을 초대하며, 잃어버린 아픔의 진실, 서글픈 역사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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