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이성형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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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신비의 나라, 혹은 매혹적인 도시로 생각되어진다. 특히 '라틴아메리카'가 주는 변방의 느낌은 무언가 한국과 가까울 것 같은 착각에 빠뜨리곤 한다. 잘 살지는 못하지만, 풍부한 자원이 있는 나라들. 음악과 춤이 발달해서 삶이 즐거울 것 같은 나라들. 매혹적인 라틴 아메리카 여성들의 몸매. 라틴 아메리카가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유물과 유산들.

무엇보다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잘 살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기가 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가보고 싶다.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라는 여행기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화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왠지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기에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술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있다. 물론, 이런 사항들을 숙지해야 라틴 아메리카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이런 것에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싶은 것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는 약간 여행기로는 어려운 내용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하지만...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면 꼭 가보고 싶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우리의 인식과 관계 없이 오랜 연분을 지닌 곳이다. 앞서 말한 고추, 감자, 옥수수 같은 음식뿐만 아니라, 닐리리 '맘보'나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같은 3박자 리듬에도 체화되어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무역흑자에도 크게 기여하는 대륙이 되었고, 또 투자와 경제협력이 다각도로 모색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의 의식 속에만 '미지의 땅'(terra incognita)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제 이 미지의 땅이 우리에게도 열린 땅으로, 알려지는 땅으로 변하길 기대해본다. 나는 이 여행기가 전주곡 1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면 라틴아메리카가 우리와 이렇게 가까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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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 산다는 것 - 숨어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 기행
박영택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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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예술가들에 대한 삶은 나같은 젊은이들에게는 신비한 신화같은 느낌을 준다. 탄광에 대한 글을 쓰려고 탄광에 들어가는 작가, 사회운동을 하다 고문을 받고 동심같은 마음으로 시를 써 감동시킨 천상병 시인... 등등...

돈이 없고, 미디어도 발달하지 않은 시대의 예술가들은 치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보도 직접 자신이 얻어내야 하는 지리한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와야 진정한 예술이 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예술은 치열함과 노력 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림과 글 그리고 음악이 나왔던 것 같다.

지금은... 온갖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이 모든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돈만 있으면 자료는 어디에서든지 구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있다. 탄광에 대한 경험이 꼭 탄광에서만 구할 필요가 없어졌고, 농촌의 경험도 꼭 논밭에서 일해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가슴 속을 후비는 예술의 치열함은 갈수록 사라졌고, 독자나 관람객의 눈도 궂이 치열함을 찬양하지 않는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치열함과 존재와의 싸움을 펼치고 있는 화가들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들이 갤러리에서 언뜻 눈길만 주고 지나쳐버릴 만한 작품들도 이런 작가들의 치열함에서는 그림 앞에 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큐레이터로 일했던 박영택씨의 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아름다운 책이 나왔을 것이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 비껴나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쉬는 공간에서 그들은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서 이런 숨결을 전하고 있다. 독자인 나는 부러움과 예술가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는 한권의 책을 만나 기뻐할 수 밖에 없다. 예술가의 숙명과 의무를 져버리지 않고, 장난치지 않는 진지함이 돋보이는 이들의 삶에 이 시대의 예술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가 이곳 '남애서당'으로 들어온 지도 벌써 20여 년이 되어간다. 그는 직업도 없이 그 세월을 기적처럼 버텼다고 한다. 지게 지고, 나무 하고, 물 긷고, 호롱불에 의지해가면서 그림에 몰두한 그 시간들은 힘들고 어려워씨만 자신의 세계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는 김근태 화백의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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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반양장)
마더 데레사 지음, 베키 베니나트 엮음, 이해인 옮김 / 샘터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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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허다한 고통들이 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굶주림에서 오는 고통, 집 없음에서 오는 고통, 모든 질병에서 오는 고통. 그러나 이것은 물리적인 것입니다. 가장 큰 고통은 외로운 것, 사랑받지 못하는 것, 옆에 아무도 없는 소외감이 아닐는지요.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가장 몹쓸 병은 '아무도 자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임을 나는 살아갈수록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마더 데레사를 과연 몇 마디의 이야기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설명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 분에 대한 설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마더 데레사가 지금까지 펼쳤던 성스러운 일들,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인생의 격언들 그것만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대신 남은 우리들은 생각만으로 멈추는 나약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소외되고, 병든 자들을 위해 눈물과 땀을 흘릴 줄 알았던 그분의 모습이 아름답고 진실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들도 이제는 소외된 이들에게 따스한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항상 마더 데레사를 생각하고 감동받는다에서만 그치면 마더 데레사의 말씀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래간만에 만난 이해인 수녀님의 따스한 글과 마더 데레사의 성스러운 외침이 마음에 와닿고,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었다. 항상 들어도 존경심만 드는 이름이여... '마더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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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여우 창비시선 163
안도현 지음 / 창비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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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집이다. 안도현씨의 <그리운 여우>라는 책이 나온지도 벌써 4년이나 흘렀으니까. 하지만 이 시집은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많은 이의 가슴을 울려줄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퇴근길'

이 시는 짧지만 핵심을 찌르고 있다. 샐러리맨의 이런 느낌을 안도현씨의 시가 아니라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시집에 나와있는 짧은 시들이 대체로 이렇다. 짧지만 핵심을 찌르고 있고, 시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나, 시가 말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핵심적인 표현을 해주고 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샐러리맨에 대한 시는 아직도 가슴을 찌릿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시가 왜 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고, 많은 시가 나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안도현씨의 이런 관찰력과 감성은 오래됐지만 아직도 유효한 시의 기능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염소는 고삐에 묶여서 한평생 또 한평생 고삐의 길이만큼 멀리 나갔다가 밤에 집으로 돌아간다네'(봉급 받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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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 천천히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책
풍경소리 글, 정병례 전각 / 샘터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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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사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모습은 굴 속에서 햇빛을 기다리는 심정입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처럼 무료하고 지루한 때도 없습니다.

그때, 우리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몇 문장으로 이뤄진 풍경소리. 짧은 문장 속에서 인생을 풍요하게 만드는 상식 아닌 상식은 우리의 눈을 기쁘게 합니다. 예전부터 알았던 내용이지만, 언젠부턴가 우리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만 갔던 상식과 따스함의 세계를 풍경소리는 전해줍니다.

기쁨이겠죠. 풍경소리가 그 어두운 굴 속에 단정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은... 지하철을 기다리는 그 무료한 시간에 또 다른 빛을 볼 수 있는 풍경소리의 존재는 아무리 두고 보아도 지겹지 않아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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