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신비의 나라, 혹은 매혹적인 도시로 생각되어진다. 특히 '라틴아메리카'가 주는 변방의 느낌은 무언가 한국과 가까울 것 같은 착각에 빠뜨리곤 한다. 잘 살지는 못하지만, 풍부한 자원이 있는 나라들. 음악과 춤이 발달해서 삶이 즐거울 것 같은 나라들. 매혹적인 라틴 아메리카 여성들의 몸매. 라틴 아메리카가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유물과 유산들.무엇보다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잘 살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기가 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가보고 싶다.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라는 여행기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화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왠지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기에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술적인 내용이 많이 들어가있다. 물론, 이런 사항들을 숙지해야 라틴 아메리카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이런 것에 머리를 쓰기보다는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싶은 것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는 약간 여행기로는 어려운 내용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하지만...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면 꼭 가보고 싶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우리의 인식과 관계 없이 오랜 연분을 지닌 곳이다. 앞서 말한 고추, 감자, 옥수수 같은 음식뿐만 아니라, 닐리리 '맘보'나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같은 3박자 리듬에도 체화되어 있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무역흑자에도 크게 기여하는 대륙이 되었고, 또 투자와 경제협력이 다각도로 모색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의 의식 속에만 '미지의 땅'(terra incognita)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제 이 미지의 땅이 우리에게도 열린 땅으로, 알려지는 땅으로 변하길 기대해본다. 나는 이 여행기가 전주곡 1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으면 라틴아메리카가 우리와 이렇게 가까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