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건너기 소설의 첫 만남 30
천선란 지음, 리툰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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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건너기>(이하 <노을>)는 창비의 소설의 첫 만남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출판사는 동화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한다고 소개합니다. 성인뿐만 아니라 막 소설을 접하는 어린이도 독자에 포함시킨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노을>은 분량이 많지 않고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성인이라면 초반만 읽어도 파악할 수 있는 전개입니다. 제가 적은 줄거리를 보기만 해도 결과를 정확하게 추측할 여지가 있습니다. (무슨 얘기를 꺼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은 기분까지 들 정도로) 그만큼 흔한 감정의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어른 공효와 같이 경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는 어른에게 감동을 주는 소설입니다.

 

<노을> 초반부를 읽으면서 왜 우주 비행사인 어른 공효가 자아 안정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선뜻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후반부에서 우주에는 출구가 없다는(60) 묘사를 읽고 나서야 자아 안정 훈련을 받는 이유를 설피게 알 것 같습니다.

 

우주로 가게 된다면 어른 공효는 몇 안 되는 동료들과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그만큼 제약이 많습니다. 제약이 언제 풀리는지도 알 수 없는 만큼, 어른 공효는 자신의 감정과 사고를 제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맡은 임무를 꼬박꼬박 처리해야 하고요.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어린 공효가 불쑥 튀어나와 어른 공효를 헤집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순간이 찾아오는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극복할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응시하기입니다. 어른 공효는 어린 공효가 왜 노을을 바라봤고, 왜 쓸쓸했고, 왜 두려웠는지 피하지 않고 느낍니다. 출구 없는 우주로 가더라도 어른 공효는 어린 공효를 안정화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으므로 다시 나아갈 힘을 지닌 셈이 됩니다. 어쩌면 어른 공효가 가고자 하는 우주는 자신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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