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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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쉰들러 리스트, 피아니스트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나 안네의 일기,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같은 서적들로 인해 이미 자세히 알려져 있다.

 프리모 레비는 유대계 이탈리아인으로 원래 화학자 였는데 파시스트 지하 저항운동을 하다가 잡혀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어 일여년 동안 겪은 체험을 해방된 후 책으로 였었다.

 굶주림으로 자고 나면 몸이 퉁퉁 부어 오르고, 물기밖에 없는 죽을 먹어서 밤마다 세 네번씩 소변을 보러 일어나야 하며, 영화 20도의 한 겨울에도 도망 가지 못하도록 나무로 된 나막신을 양말 없이 신고 하루종일 밖에서 노동을 해야 했으며,줄무늬 셔츠 한 장으로 겨울을 나야 하는, 평균생존기간이 3개월 밖에 안되는 지옥같은 수용소에서 그가 버틴 정확히 10개월이란 기간은 단순히 살아 나가야 한다는 의지보다는 살아서 자기가 경험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였노라고 그는 말한다.

 저자는 단테의 '신곡'과 수용소에서의 지옥같은 생활을 비유하여,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깊은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 당시의 생활을 분노나 증오같은 감정을 배제한채 침착하고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있는데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이 그의 처녀작이란 사실이 놀랍다.

 그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아케론 강가에서 망자를 건네주는 사공의 '저주받을 영혼들아, 비통할지어다'라는 외침대신 아우슈비츠로 이동하는 트럭속에서 독일병이 자신에게 줄 돈이나 시계가 있는지 물을 때부터 지옥의 입구로 가고 있음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는 '여기 들어오는 자, 온갖 희망을 버릴진저' 라는 경고가 달린 지옥문이 등잔한다. 기차속에서 4일동안 자신의 배설물 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실려 도착한 아우슈비츠 입구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노동이  자유케 하리라'라는 문구가 붙여져 있었다.              

 프리모 레비는 292페이지 에서 유대인에 대한 나치스의 광적인 증오의 이유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가 든 반유대주의의 이유로는 유대인들만이 가지는 옷입는 방식이나 행동방식 같은 드러나는 차이로 인해 타 민족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고 공격받기도 쉬웠다는 것,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인,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으로 부터 '디아스포라 '라는 형벌을 받았다는 것과 1차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적대감을 유대인에게 돌린 것등이다. 유대인들은 초기 기독교 시대부터 신을 죽인 민족으로 비난 받아왔고, 자신의 땅이 없는 민족으로서 면면히 박해를 당해왔다.

 우리도 일본에게 주권을 잃고 나라 없는 설음을 반세기 가깝게 겪었다. 유대인에게 행해졌던 참혹한 학살과 박해에 대해 연민할 그 시간에 우리가 일제하에 겪었던, 우리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가 일본에 의해 받았던 학대와 살육과 모든 반 인륜적인 행태에 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학살당한 유대인의 숫자가 많다는 양적 우세가  전쟁에 끌러가 총알받이가 되고, 어린 소년들이 가미가제 특공대가 되어 비행기에 실려지고,  꽃 같은 소녀들이 정신대에 끌려가 짐승들에 의해 수모를 받은 우리 민족의 피맺힌 상흔에 비해 볼 때 결코 우위에 있지 않음도 생각해 봐야 한다.

 죽음의 길인 줄도 모르고, 샤워실인 줄만 알고 들어간 독가스실에서 죽어간 유대인들의 죽음과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로 이어지는 눈 앞에 보이는, 손에 잡힐 듯이 느껴지는 죽음의 공포속에서 살아간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죽음도 한 번쯤 비교해 봐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60년이 지났지만 유대계 영화 감독인 스타인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란 영화를 만들고,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만들었으며,'안네의 일기'나 빅터 플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혹은 '이것이 인간인가' 등과 같은 저서들을 통해서 끝임없이 나치의 잔악성과 유대인의 학살을 전 세계에 고발하고 있는 사실과스타벅스에서 비싼 돈 주고 커피만 마실게 아니라  유대계 체인점인 스타벅스의 수익중 일부가 팔레스타인 난민촌의 분리 장벽을 쌓는데 지원 되고 있다는 사실도 생각해 봐야한다.

 우리는 우리의 일제 치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기껏해야 정신나간 연예인이 정신대를 테마로 옷 벗어 돈이나 벌려들고,9살 초등학생이 수업 거부를 하지 않았으면 역사적 왜곡이 쓰여진 책이 미국학교에서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도 몰랐으며, 우리의 것을 목숨걸고 지켜려 하지 않고'평화의 바다'로 타협 보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을 통해 우리의 입장에서 치욕의 과거와 한반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면밀히 되짚어 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하며,프리모 레비의 다음과 같은 경고를 잊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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