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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 1호에게 ㅣ 파란시선 56
류성훈 지음 / 파란 / 2020년 6월
평점 :
“생각은 밤을 낳고, 별은 책장 너머의 너를 어렵게 누인다....
졸린밤이 무너진 두 교각 위에서 곡괭이를 집어 든다..
그 우스개 소리들이 내게는 푸른 파장들만 마시게 했다”
류성훈 시 [밤의 도플러]를 몇 번을 읽었다.
며칠 전 책을 소개 받고 서점에서 친구에게
이 시집을 선물로 받아냈다.^^
배시스케이프나 보이저1호에게 란 시만 봐도 시인은
호기심으로 가득찬 소년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인의 시가 참으로 아름답고 정말 많은 생각으로
쓴 시구나 하는 것을 느낀건 제목에서 부터였다.
우리가 아는 도플러 효과란 것:
빛의 효과는 어떤식으로든 매질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만 음파의 도플러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인의 시는 밤의 도플러의 ‘밤’을 통해
시인은 소리만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때론 실망도, 때론 행복도 느끼게 해주는 건 바로
소리로 가득찬 관계가 아닐까? 밤의 도플러는
한 구절 한 구절 소리가 담겨있는 것 같다.
심지어 술냄새를 맡는 그 순간에도 오징어를 찢는
일에도 말이다.
이렇게 시 속, 전혀 다른 행위들 속에서
빛의 도플러 효과를 말하려 들지 않는 것은
서로에게 어떤 매질이 될 수 있는
움직임이 의미없음을 시인은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빛이 차단된 관계, 기대치없는,
서로에게 어떤 영향도 줄수 없는
음파를 택한 것은 아닐까?...
밤의 도플러... 이 시는 참으로
외롭고 처연하고 씁쓸하고 슬프지만 아름답다...
고독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것이다. 많은
생각과 그 생각이 빚어낸 불행과 행복속에서
실망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든다.
최대한 빛을 차단한 밤이란 공간을 통해
그가 말하고자하는 소리는 그를 향해,
혹은 그의 주변에서 떠들어대는
모든 것들에서 오는 허탈함 그로인해
생기는 관계 속, 처연함이 아닌가 싶다.
반복되는 관계의 허탈함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
참으로 오랜만에 좋은 시를 읽은 것 같다.
시의 사조...언제부턴가 사라진 듯 하다.
사조랄게 없기에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
더이상 이을 계보가 없는 듯...
늘 시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한동안
이성복 시인의 모든 시집과 산문집 박준의 시,
조연호 시인의 시 위주로 반복해서 읽었다
이유는 수십번을 읽어도 좋으니까,
때론 해외 소설을 찾아 읽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새로운 시집을 펴 보게 되었다.
이 시집은 시의 언어가 고급스럽다 느꼈다.
고급스런 언어들이 판을 이룬다고 무조건
현학적이고 난삽한 글이 되는건 아니다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얼마만큼
정교하게 그 틈을 채우느냐에 따라
글의 질은 달라진다.
이 시집이 그런 것 같다. 단단하고 견고하게
지어진 건축물 같다. 그래서 아름답고
실용적이고 하나하나 버릴게 없는 느낌이다.
물론 모든 시가 다 내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시가 참 기가 막히게 썼네 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나는
시에대한 시인의 세계관을 궁금해 한 것 같다.
나는 해석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해서 시를 쓴 시인의 세계관이 무시된 채
해석 되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시인의 생각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오늘 나는 조금이나마
헤아려지고 깊이있게 내 촉을 자극시켜 준 이 시를
글로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이다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될 줄은, 유일하게 시가 사라지지 않고 숨쉬는
한국문단에서 언제까지나 이 시집을 낸 시인의
다음 시집은 더욱 탁월하기를 기대해 보며
오래도록 모든 감각을 바늘로 찌르듯 미세한
자극까지 느껴지는 시를 앞으로도 류성훈시인이
계속 펴내 주기를 바란다. 새벽 2시가 넘었다.
오늘 참 보람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