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작은 2층 건물이었다.
내가 만든 특수한 배변 주머니를 찬 다음, 예숙이보고 한 구획 떨어진 곳에서 차에 타고 기다리라고 했다. 두 명이 밖에 나와 있었다. 1층은 자동차 정비소였는데 셔터가 내려져 있었고 그 옆에 작은 입구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 그 입구에 연결된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2층에 아주 작은 바가 있었다. 여기서 그들이 먼저 몸수색을 했다. 내 튀어나온 배의 이유를 보여 주기 위해 와이셔츠 단추들을 풀자 그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난 이런 거 처음 본다.” 그들이 복대를 젖혀 보라고 했다.
‘만지지만 말아라. 제발.’
그 안의 찰흙이 이미 굳어 버려서 만지면 탄로가 날 것만 같았다. 다행히 그들은 배변 주머니를 손으로 쥐어짜거나 만져 보진 않았다. 바의 또 다른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그 곳은 작은 사무실이었다. 의자에 그 놈이 보였다. 그가 나를 보고 짧게 뭐라고 말했는데 전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순간 뭔가 뒤통수를 쳤다. 깨어났을 땐 양손이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옆구리를 야구방망이로 찍혔다. 옆구리에 통증이 밀려오면서 호흡이 곤란해졌다. 양 팔과 손에 계속되는 구타로 호흡은 더 곤란해졌다. 금세 팔과 옆구리가 부어올랐다. 그나마 복부를 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두 팔이 묶여 있으니 배변주머니 안의 물건이 별 소용이 없었다. 소금쟁이 말고도 3명이 더 있었다.
소금쟁이가 자기 부하들에게 말했다.
“전에 감옥에 간 남편을 놔두고 바람을 피우다 죽은 년이 있었지. 자, 이제 그 년 남편이 아내의 죽음을 눈감아 주겠다며 몸값을 받으러 왔네 그려.”
“내 동료가 뒤를 많이 봐 주었지 않나?” 나는 고통으로 숨이 차 헐떡거리며 말했다.
“공생관계였지 일방적으로 뒤를 봐 주는 관계가 아니었다. 내 덕분에 많은 불법시술업자를 잡아 실적을 올릴 수 있었지. 이젠 더 이상 누가 누구아래 있다거나 하는 관계가 아니다.”
“내게 보상비를 주기로 되어 있지 않는가?”
“나 같은 사람한테 왔을 때는 그만한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의사라도 되나? 너 같은 놈들을 보면 짜증부터 난다.”
내가 아픔을 참으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것은 아니다. 정작 나 자신과는 한 번도 부부생활을 한 적이 없으니,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다고 해서 그걸 ‘바람’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너 같은 놈이 모욕할 만한 여자가 아니다, 개새끼야.”
“아, 그런가? 이런, 성불구인 줄은 또 몰랐네.”
무엇인가에 맞았는데 어디를 맞는지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예숙이가 옆에서 손수건으로 눈가에 맺힌 피를 닦아 주고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온통 쓰레기더미였다. 쓰레기 매립지로 날 태우고 가는 차를 몰래 뒤따라왔다고 했다.
배변 주머니가 제대로인지 확인했다. 다행히 묵직한 쇳덩이의 느낌은 그대로였다.
“여기까지 온 길 기억하지? 다시 데려다 줘. 아까처럼 한 구획 앞에서 내려 주고 기다려.”
그녀는 펄쩍 뛰었다.
그냥 돌아가자고 했다. “이번에 가면 아마 죽을 거예요.”
“돈을 가지고 와야 한다. 그 자가 내게 빚을 졌기 때문이다. 이건 남편의 몫이다. 그리고 그런 놈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냥 가면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여자들이 비참하게 죽어갈 것이다. 자, 봐라. 권총이지? 이건 내 아내의 몫이다.”
그녀에게 배변 주머니를 보여 주며 말했다.
옆구리가 아파왔다.
한 구획 앞에서 차에서 내린 뒤, 천천히 다시 그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천리 길 같았다. 나는 복대 밖으로 배변 주머니를 꺼내어 주머니 아래쪽을 열었다. 말라붙은 찰흙덩어리가 권총에 엉겨 붙어 있어서 계단 손잡이에 배변 주머니를 대고 몇 번 내리쳤다. 권총을 쥔 손이 크게 떨려서 두 손으로 쥐어야 했다.
바에 들어가니 두 명이 있었는데, 그들이 나를 보기도 전에 한 명의 다리를 향해 한 발을 발사했다. 나머지 한 명도 다리에 총을 맞고 이내 고꾸라졌다.
좁은 곳에서 권총을 쏜 까닭에 귀에서는 귀뚜라미 소리가 났다.
안으로 들어가자 소금쟁이가 책상 서랍을 필사적으로 뒤지고 있었다.
내가 권총을 겨눈 채 물었다.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가? 흡입시술을 했잖은가?”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공기색전증이 발생했는가?”
“그걸 공기색전증이라고 하나? 튜브를 잘못 꽂았어. 원래는 그런 실수를 안 하는데, 그 날은 일진이 안 좋았나봐. 그러니까...흡기구와 배기구가 있는데 흡기구에 튜브를 꽂을 걸 배기구에 꽂았지 뭐야. 다시 바로잡긴 했는데......”
“언제 그녀가 죽었는가? 시술 전인가? 아니면 시술 중이었나?”
“튜브를 다시 꽂고, 시술을 마쳤는데... 그때 죽은 줄 알았다. 언제 죽었는지는 모른다.”
“잘 생각해봐라. 나나 내 아내에게 몹시 중요한 문제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의 문제이다.”
“정말 모르겠어. 사실은 그날 좀 취했었는데, 이보게, 잠깐만 여유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