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일은 유감이네.”
그가 먼저 고인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미지근한 병맥주와 냉동실에 보관했다 구워서 축축해져버린 노가리를 안주삼아 그의 의견을 들을 준비를 했다.
“술값은 걱정 말게. 내가 내면 되지. 근데 이젠 이런 일이라면 지긋지긋하다.
시장에서 닭 잡는 것만 봐도 몇 시간씩 속이 울렁거려서 쳐다보지도 못한다. 휴우, 사람의 조직이 생각보다 훨씬 더 생닭과 비슷하더군.”
이야기를 들으며 노가리를 뜯었다. 내장이 있던 시커먼 자리에선 비린내가 났다. 이내 손가락에 검은 것이 묻어났다.
소장. 부검실에서 소장을 절개해서 안의 내용물을 확인할 때는 냄새가 지독하다. 처음 냄새를 맡고선 질식사하는 줄 알았다.
그 후론 소장을 절개하기 전에 그냥 나와 버리곤 했다. 어차피 소장을 절개할 때쯤이면 부검이 끝날 무렵이기 때문이다.
그는 약속장소를 맥줏집으로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을 맨 정신으로 볼 수가 없다. 군의관으로 참전한 후로는.
예전에 법의학자로서 부검을 할 때는 기계적이고 사무적이었지만 전쟁 후로는 시체를 맨 정신으로 보는 것이 불가능해졌지. 그때서야 시체가 원래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느껴진 거지.
시체가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았다. 아마 당신은 무슨 소리를 하는가 하고 의미를 모를 테지만 이렇게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네.”
그가 검시보고서의 핵심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자궁경부는 기구(dilator)를 사용한 확장의 흔적이 있으며, 볼펜 하나 정도의 굵기로 확장되어 있는 상태이다. 집게(tenaculum)의 자국이 있다.
자궁의 크기는 임신 9주의 크기와 일치한다. 매우 최근에 불법적인 낙태시술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자궁 내 남아있는 임신산물 ( retained product of conception. 낙태시 부주의로 완전히 비워지지 않고 자궁 내에 남아 있어 합병증을 일으키게 하는, 임신과 함께 생기는 것들. 예를 들면 태아의 신체의 일부 )은 없으며 자궁 안은 깨끗이 비워져 있다. 자궁의 겉 표면은 육안으로 봤을 때 윤기가 흐르며 매끄러웠다. 감염이나 합병증의 흔적은 없다.
자궁과 나팔관, 난소의 어떤 부분에서도 고름이나 감염, 염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으며 악취도 나지 않았다.
복막염의 흔적은 없다.
광범위한 출혈의 흔적은 없다. 자궁경부에 미세한 상처들.
자궁이나 인접한 내장의 관통된 상처는 없었으며 자궁 내부에 비누 성분이나 다른 독성 성분은 없음. 자궁 안에 투명하고 딱딱한 플라스틱 조각이 돌아다님. 크기는 직경이 0.5cm정도 되었으며 흡입 낙태(vacuum aspiration)에 쓰이는 튜브(cannula)조각으로 확인되었다.“
이어서 그는 독극물 검사에 대해 결과를 요약했다.
심장혈(심장에서 채취한 혈액)의 혈액 샘플에서 검출된 약물들은 4종류이다. 1종류의 항불안제, 2종류의 항우울제, 1종류의 기분안정제 중 1종류의 항우울제, 즉 트로포프라민(가공의 항우울제)은 치사량을 훌쩍 초과, 치료농도의 무려 9배가량이 나왔다.
사인은 이 트로포프라민의 과다 복용으로 인한 중독사로 되어 있다. 나머지 한 종류의 항우울제는 치료 농도보다 몇 배나 많은 량이 검출되기는 했으나 치사량과는 거리가 있다. 나머지 약물들은 적정한 치료에 필요한 치료량 이내이다.
위 내용물에 얼마만큼의 약물이 남아 있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기록이 없었다.
그가 물었다.
“예전에도 과다 복용한 적이 있었는가? “
“내가 알기론 없었습니다. 자살 시도도 없었습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과연 부검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점이나 모순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