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찰로서 일을 잘 했던 이유는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일상적인 요소로부터 비일상적인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내가 찾아갔던, 은퇴한 나의 상관이 내게 가르쳐준 원칙이다.

그러나 와이프와 나의 결혼생활에서 과연 어느 것이 일상적인 요소이며 어느 것이 또 비일상적인 요소란 말인가. 막상 나 자신의 생활에 그런 잣대를 들이대기란 쉽지 않았다. 제삼자에겐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 나나 와이프에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생활이었을 수도 있다.

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감옥에 있을 때부터, 또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부터 일상적인 것들과 비일상적인 것들의 경계가 이미 무너져 버렸을 수도 있다. 비일상적인 생활이 계속되면 그것이 일상인 것이다.  

 

내가 아내의 자살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교도소로 나를 찾아온 형사에 의해서였다. 지금까지 아내가 면회 온 적이 몇 번인지, 별다른 기색은 없었는지 그가 찾아와서 물었다. 그가 가자마자 그날로 나는 나의 자살을 염려한 교도소 측에 의해서 집중관리를 받아야 했다.

 

감옥에 있었을 때 아내는 세 번 면회를 왔다.

첫 면회 때의 그녀는 암울한 표정이었고, 삼 년의 세월에 대한 걱정이 우리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아내는 야윈 내 얼굴을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두 번째 면회 때의 그녀는 남편을 교도소에 보내고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내 걱정보다 자기 자신의 강박신경증 증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에서 알 수 있었다. 강박증이 심해진 대신 우울한 기분은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생활비가 없어서 어떻게 하니?”

내가 아내에게 물었더니 아내는 다시 다방에 나간다며,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옛날 그 사장님인가?”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그럼 안심이네.”

세 번째 면회 때의 그녀의 모습은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아내는 이제 강박신경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우울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요. 기분이 들뜨거나 하는 일도 없어졌어요. 우울한 상태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잠은 몇 시간이나 자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우울한데도 불구하고, 잠자는 시간은 오히려 줄었으며 이제 거의 7시간 정도 잔다고 했다.

그리고 생활비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의 처음 면회 왔을 때의 표정과는 달리 마지막 면회에선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우울한 상태에 익숙해졌다는 그녀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약간 얼굴색이 밝았던 것도 같았다.

 

내가 부탁했다.  

“약속해 줘.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이제 나갈 날도 얼마 안 남았잖아. 그동안 고생 많이 했지? 나가서 다 보상할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행복감에 잠시 젖는 듯도 했다.

역시 그녀는 자살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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