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로부터 아내의 유품을 전달받았다. 곰 인형과 먼지가 부옇게 쌓인 사탕 부케가 그 중 일부였다. 나와의 결혼생활 동안에는 본 적도 없는 물건들이었다. 내가 아는 아내는 이런 물건들은 좋아하지 않았다.
돼지나 꽁치 모두 자살을 믿지 않는 나의 태도를 가족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돼지는 나 같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했다. 자살한 자의 가족으로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이나, 가족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종종 자살을 부정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내의 소지품 중에서 내가 돌려받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자동소총 탄환 5발이 그것이다. 경찰도 이에 대해선 의아해했다.
꽁치는 출처를 나로 의심했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참전한 적이 있으시네요. 경력도 화려한데...”
“아니...내 것이 아니다.”
“선배님한테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아니면 선배님 소유의 것이 아니란 뜻인가요?”
“내 것도 아니고 나로부터 건너간 물건도 아니다.”
돼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묻는 안부전화였다.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잔다면 정상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이야기했다. ‘아내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가능성(상황)들이 떠올라 괴롭다. 진실을 알기 전엔 죽을 때까지 이 생각들이 날 쉬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 같다. 밤이 되면 생각들,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질주를 한다. 잠을 못 잔지 꽤 되었다.’고.
그에게 말한 그대로였다. 밤이 되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로 경쟁하듯 떠올랐다.
낮에도 문득문득 과거의 아내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면 격정적인 슬픔에 휩싸였다.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다. 아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출소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나에게 약속했기 때문에, 자살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
더욱이 내가 출소하는 날이 얼마 안 남았을 시기에! 만약에 정말 자살을 했다면 왜, 무엇 때문에 자살을 했는지 알고 싶다. 내 나름대로 조사를 해나가기로 결심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