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은퇴한 나의 상관을 찾아갔다. 내게 오래 전에, 수사의 원칙을 가르쳐 준 분이다. 은퇴하고 나서 장사를 하다가 망해서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고, 전에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사채업자가 자꾸 와서 괴롭힌다.’며 상관이 콜라를 잔에 따라 가져오며 말했다. 미소를 띤 채로. 그 미소를 통해 부러진 앞니 두 개가 보였다.
그는 길거리에서 주워온 알루미늄 캔을 집 안에 잔뜩 쌓아 놓고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꽃이며 나비, 잠자리 같은 모양들을, 알루미늄의 성질을 무시해가며 만들어놓은 것들로 집안에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숨이 콱 막혔다.
그가 말했다.
“이것들을 만들어온 지는 1년 밖에 안 되었는데 거의 꽉 찼어. 나름대로 보람이 있어. 만들다 보면 자꾸 새로운 작품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그리고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자네 아내의 일은 들었네.”
그리고 침묵했다. 내게 “죽은 사람은 죽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든가 “네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같은 말을 해줄 줄 알았지만 그는 끝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상관과 함께 와이프가 살고 있는 꿈을 꾸었다. 온갖 깡통이며 고철로 발 디딜 틈 없는 그 곳에서 상관과 아내는 함께 깡통으로 뭔가를 열심히 만들며 웃고 있었다.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을 만큼 행색이 초라했는데도.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집에 가자.’
내가 말했다.
‘여기가 더 좋아요.’
아내가 대답했다.
아내를 설득할 말을 생각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