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의 전쟁이 끝나자 제일 먼저 찾아온 것은 가난이었다. 가난에 뒤이어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가 판을 벌였다.
인구는 심하게 감소하여 낙태는 법으로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예외가 있다면 임신이나 출산이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였다.
암시장에서는 탄약과 총기류들을 포함한 각종 군수품들이 팔리고 있었다. 오로지 풍족한 것은 무기와 각종 군수품뿐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났을 때 나는 형사였다. 전쟁이 길어지고 병력이 부족해지자 많은 경찰병력들이 차출되어 단기간의 훈련을 받고 전선에 배치되었다.


나는 전투 중에 소총 탄환에 의한 ‘심각한 정도의 하복부 고속탄환 손상’을 입었다.

총알은 하복부로 들어가서 엉덩이로 나왔고 총알이 지나간 길목에 있었던 모든 것들, 예컨대 직장과 괄약근, 정낭, 전립샘과 그 주위의 신경조직들이 말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방광은 복구되었으나 결국 총상의 결과로 항문은 없어졌고(구멍은 꿰매어 막히게 되었다.), 그 대신 왼쪽 아랫배에 구멍이 생겨났으며 이 구멍은 몸 안의 대장과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되었고 이곳으로 배변을 해야 했다.  이 말은 즉, 나의 경우 평생 구멍에 배변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하거나,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하복부의 구멍을 통해 관장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멍의 또 다른 이름은 ‘인공항문’이었다.

한 가지 더, 더 이상 발기도, 사정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어차피 성욕도 들지 않는다.

한 가지 장점은 남들처럼 갑작스런 배탈로 화장실을 찾아 허둥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배변주머니를 달고 있으니 말이다.

부상의 대가는 무공훈장이었다. 그러나 형이 확정되자 박탈당했다.

식사는 하루 한 끼만 먹는다. 그 이상 먹으면 생활이 번거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배변주머니를 교체하는 일이 귀찮아진 끝에 결국 배변 자체의 빈도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대체로 만족한다. 다른 쾌락을 즐길 수 있으니까. 물론 부족하지만 말이다. 나는 담배를 엄청 많이 피워댄다. 커피도 매우 좋아한다. 담배와 커피로 성생활을 포함한 다른 모든 쾌락을 대신한다. 교도소 생활같이 담배와 커피가 없는 곳이면 그 곳이 곧 내겐 지옥이다. 그럼 내게 천국은? 그건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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